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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피터 Jun 28. 2021

찌그러짐

아픔

착한 사람들이 온통 찌그러져 있다.


나름 바르고 착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서로 부딪혀 찌그러져 있다. 좌절, 후회, 한, 고통, 늙음, 원망…


너무 난장판이면 치우는 것을 포기하고 싶어 진다. 얽힌 실타래는 잘라버리라고 말을 하지만 인간의 내면을 어떻게 단칼에 잘라낼 수 있을까? 아무리 복잡한 실타래라도 결국은 풀어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이 모든 것을 녹여내고 싶다. 다 녹여 없어지게 만들고 싶다. 내 마음이 조금만 더 따뜻하고 포근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좋겠다.


평범한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분이 이렇게 찌그러져 있다.


그렇지만 어떻게 고쳐야 할지를 모르니 사람들은 아파하고 소리 지르고 난장을 부린다. 내가 고통스러운 만큼 남의 고통이 나를 아프게 만든다. 난 나의 이런 기질이 정말 싫다. 내가 상처 입는 것도 그리고 상대를 상처 입히는 것도 다 싫다. 그런데 겁쟁이인 나는 겁에 질려 상대를 밀쳐내고, 공격하고 물어뜯어버린다. 길가에 버려진 개… 목줄을 끊고 도망쳤지만 여전히 감긴 목줄에 고통스러워 낑낑거리는 들개. 이 엉킨 줄을 풀어내기 위해 난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또 그 손길을 갈망하지만 더 이상의 길들여짐은 싫은 모순적 갈등.


내가 아픈 게 너무 싫다.

내가 상대를 물어뜯는 것이 너무 싫다.

둘 다 미친 듯이 나를 아프게 만든다. 외면할 수 있을 때까지 외면해 보았지만 결국 난 가족에게로 돌아가야 한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내 안의 고통의 근원인 그곳으로 돌아가야 한다. 알고 있다. 그냥 나를 열어서 조금만 더 따뜻하게 가족을 안아주면 되는 것이라는 걸.


길들여짐. 패턴

더 이상 도망가면 이 목줄이 결국엔 나를 질식시켜 죽여버릴 것이다.


바보같이 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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