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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피터 Aug 10. 2021

가속도

중간점검

이 맘 때가 되면 시간에 가속이 붙는다. 뜨거움이 절정이지만 한편으로 이제 곧 선선해지라 느껴지는 바람이 불어오고 땀이 식으면서 시간은 빨라지고 해는 짧아질 것이며 또 일 년이 훌쩍 지나갈 것이다. 어영부영하는 사이 나도 모르게 한 살을 더 먹게 될 것이며 올해는 내가 좀 성장했는지 돌아보며 고개를 갸웃거릴 것이다.


하지만 아직 일 년의 1/3은 남아있다. 새롭게 큰 변화를 줄 이유는 없지만 괜히 조바심 내지 않도록 내가 올초에 계획한 대로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한 번은 돌아볼 시간인 것 같다. 여러 일들이 있었고 서로 퍽퍽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 더 쉽게 소원해지고 서운해지는 일들도 있었다. 원래 모든 사람들은 자기만의 사정이 있는 것이고 자기 코가 석자가 되어버리면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 끄기에 급급하여 주변을 챙길 수가 없는 것이 당연하다.


가족을 이루고 가장이 된 사람들은 그 책임감 때문에 또 짊어진 짐에 치여 조금씩 비겁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니 사람에게 너무 큰 기대를 하지 말고 너무 큰 실망도 하지 말자. 단지 내가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식견을 가질 수 있도록 나 자신을 한 번 돌아보자. 그렇게 마음먹고 올 한 해는 나 마음을 잘 다스려보리라 결심하였던 것이 바로 어제 같은데 벌써 시간은 번개같이 흘러 이 지점이다. 그래서 생각했던 것만큼 나는 내 자신을 잘 돌아보고 있는 것일까?


사람 사이의 인간관계에서 내가 지쳐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일이 그냥저냥 돌아갈 때는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도 이쪽저쪽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여유가 없어지니 모든 것이 문제로 바뀌어가는 과정에서 아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보여주기 싫었던 사나운 면을 내보이는 것을 나는 왜 그렇게 못 참아했던 것일까? 사람에게는 누구나 좋은 면과 안 좋은 면이 동시에 존재한다. 어려울 때도 웃으면서 일을 원만하게 계속 조율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려우면 바로 생존을 위해 사나워진다. 특별히 나쁜 사람이라서 사나워지는 것이 아니라 위기의식을 느낄 때 자기 방어를 위해 사나워지는 것이 보통의 인간이다.


마치 인간 혐오증에 걸린 듯 반응하였지만 그렇다고 하긴엔 나 자신도 그렇게 완벽하게 좋은 사람은 아니지 않은가? 그 단순한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인간관계에서는 어쩔 수 없이 상처 받고, 상처 주는 일이 생겨난다. 우리는 모두 약한 내면을 가지고 있고 그렇기에 자기 방어적으로 또 자기중심적으로 생각을 하다 보면 다 조금씩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긴 시간을 함께 지내왔어도 힘든 시간이 오면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내보이기 싫었던 자기의 이기심을 내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걸 위선이라고 생각할 이유는 없다. 그냥 인간의 약한 본성들인 것이다. 내가 그것을 좀 더 유연하게 받아들일 비위가 없었던 것이 오히려 문제의 핵심일 수도 있는 것이다.


오래 알고 지냈던 사람들 중에 특별히 악인이 있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단지 조금 더 이기적이고 약삭빠른 사람은 분명히 있었지만 그것으로 그 사람을 일방적으로 매도할 이유는 없다. 사람이 모이면 반드시 여러 종류의 인간들이 섞이고 좋을 때는 모두 웃고 화합하지만 어려울 때는 저마다의 개성이 분출하여 갈등이 일어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과정인데 그 갈등을 원만하게 조율하고 처리할 제대로 된 어른이 없었던 것은 너무나 아쉬운 부분이다. 나이로 보면 나 역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갈등은 누구에게나 싫은 부분이다. 그러나 싫어도 더 열린 마음으로 듣고 나와 다른 것들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타협해나가는 일정 이상의 노력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그런 부분에서 나는 너무 게을렀다.


그런데 이렇게나 ‘호불호’가 분명하여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을 일단 피하고 보는 성향은 결국 나 자신과의 자기 대화가 부족한 부분이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안에 좋은 점과 안 좋은 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런데 안 좋은 부분을 제대로 인정하면서 그것을 건강하게 해소하지 못하면 결국 그것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불화를 야기하는 장벽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나는 겁이 많고 불안을 쉽게 느낀다. 그래서인지 남들보다 ‘의리’, ‘우정’ 이런 감정에 더 많은 기대감을 가지고 사람을 상대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사람들에게 더 쉽게 지치고 상처 받게 되는 것이다.


결국 삶에서 나의 고통은 많은 부분이 나의 미숙함이다. 나 자신의 미숙함을 인정하고 하나하나 나를 새롭게 돌아볼 수 있을 때 그때에야 비로소 나는 조금씩 나아지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올초에 생각했던 것만큼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무언가 방향성은 확실하게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방향성을 찾는다고 할지라도 삶을 전체적으로 견고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올바른 실천적 행동이, 바른생활적 태도가 뒷받침해주어야 하는데 나는 아직 그 부분이 너무 부족하다.


사유하고 글을 쓰며, 낭비되는 시간을 파악하고 쓸데없는 자극과 호기심은 줄여나가면서 생활의 리듬을 보다 간결하게 다듬는 것. 이것이 현시점에서 새롭게 점검해보는 나의 올해의 목표이다. 아! 그리고 체력을 서서히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눈 깜짝할 사이에 한 해가 끝나가는 어느 부분에 도달할 것이다. 그때는 지금보다는 더 정리되고 산뜻한 기분으로 무언가를 마무리하는 글을 쓸 수 있게 되길 희망해 본다.


항상 변화를 생각하곤 있었지만 꾸준함과 일관성은 부족하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머릿속의 생각은 원래 일관성과 추진력이 없는 것이었다. 나 같은 타입은 특히 그렇다. 계속 생각을 꺼내어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행동지침으로 바꾸어나가지 않으면 바뀌는 것은 없다. 헤매고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지금 가는 길은 그냥 낯선 길이고 모든 것이 서툰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항상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던 그 마음처럼 겸손하고 단지 꾸준할게 나를 돌아보는 이 순간들을 정직하게 기록해 나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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