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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은치열 Nov 10. 2020

행복한 조직문화를 위해 총대를 맬 수 있길

활동가 이야기주간 후기

3년 전부터 <더이음>, <아름다운재단>등의 사회단체에서는 '활동가 이야기 포럼'이라는 행사를 했다. 올해는 나도 그 행사에 참여했다. 6월부터 11월까지 9명의 활동가를 만나서 인터뷰했고, 인터뷰한 것을 정리해 글을 썼다. 11월 첫 주에는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를 함께 이야기하는 '활동가 이야기 모임'을 했다. 모임의 주제는 네 가지다. 마음건강, 재난시대, 조직문화, 세대차이. 나는 '조직문화'를 택했다. 


조직문화를 이야기주간 주제로 정한 이유는 건강한 조직문화 속에서 건강한 활동이 담보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25세부터 사회단체 활동을 했다. 대학을 막 졸업하고 활동을 시작한 곳은 장애인인권단체였다. 그곳은 장애인 당사자가 만든 조직이므로 장애인이 사회에서 차별당하는 문제가 가장 큰 이슈였다. 지체장애인이 대부분이었기에 움직임의 제약을 받는 것이 첫 번째 차별이라고 여겨 이동권 쟁취 싸움을 했다. 오늘날 버스에 장착된 휠체어 탑승 리프트, 모든 지하철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는 그때부터 싸워서 이룬 피눈물의 결과다. 


나는 청각장애인이다. 조직에서 단 한 명 밖에 없는 청각장애인이었기에 지체장애인 중심의  조직문화가 낯설었다. 장애의 유형별로 결속력에 차이가 있고 지향하는 문화가 다르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조직의 문화란 때론 누군가를 소외시키기도 하고 불편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운 때다. 


지난 11월 6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회의실에서 모인 네 명 활동가들의 조직은 모두 달랐다. 월간 <작은책>의 독자사업부 일꾼,  IT 사회적 협동조합의 이사, 시민연대조직의 간사, 그리고 나. 나는 먹고 살기 위해 10개월짜리 비정규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하는 일은 모두 달랐지만 ‘조직문화’라는 키워드를 꺼내자 거짓말 안 보태고 봇물 터지듯이 이야기가 나왔다.  


“이해식(가명, 63세. 은퇴 후 시민단체 활동한 지 3년 차): 예전에 직장 생활할 때는 꼰대 문화가 있었다. 술 안 마시면 강제로 먹이고. 거절하면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하고. 요즘은 그렇게 하면 다 그만둔다. 좋은 말로 하면 민주적으로 바뀌었지만 예전의 끈끈한 분위기는 다 깨졌다. 조직문화는 분명히 원인이  있다. 연구논문으로 써서 발표해도 좋은 주제다.” 


“이하준(가명, 44세. ㅇㅇIT협동조합 활동가): 요즘은 활동가가 아닌 일반 대중이 더 탈권위적 조직문화를 만들고 있다. 비영리조직의 활동가는 날카로운 비판의식은 있지만 여전히 권위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요즘은 사람을 보고 활동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조직에서 누군가의 권위적인 모습을 보면 활동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영리기업이 조직 문화를 바꾸려고 하는 이유는 사회를 바꾸려는 의도보다는 사람들이 변하는 것을 알고 그 사람들이 불만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해서 생산성을 끌어내려고 하는 이유도 있지만. 비영리조직은 아직까지 기존의 권위주의와 카리스마가 먹히기 때문에 권위주의 문화가 남아있다. 이런 모습들이 조직문화의 변화를 가로막는 요인들이다.”


“김민아(가명, 43. 월간지 일꾼):  가족 같은 조직문화가 싫다. 관계를 중요시하면 일이 뒤쳐진다. 추구하는 사업이나 방향과는 다른 길을 가게 된다. 그게 바로 전횡의 시작이다. 하지만 일을 우선 하고 일이 잘되면 관계는 자연스럽게 좋아진다. 사회관계망 속에서 일이 연결되기도 하지만 사적인 관계에 우선해서 내가 아는 사람이 무슨 활동하고 있는데 이런 사업을 하면 좋겠다는 식으로 끌어들이면 나중에 공정하지 않은 시스템으로 굴러갈 수 있다. 잘 굴러가던 일이 사적인 관계 때문에 깨지는 걸 봤다.”


많은 이야기 중에 대표적인 내용을 인용해 보았다. 이러한 경험이 조직에 어떤 변화와 발전을 가져올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각각의 조직에는 나름의 특징과 개성이 있기 마련이다. 문화를 만드는 것은 조직 구성원이다. 조직문화는 시시때때로 바꿀 수 있다.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조직은 나 혼자 만들 수 없듯이 틈나는 대로 원활한 소통을 해야 한다. 우리는 방법을 모르지 않는다. 바쁘게 굴러가는 프로그램이 문제라면 문제다. 누군가 불편하게 느끼는 조직문화라면, 그것이 조직의 진로를 방해하고 있다면 누구라도 총대를 매고 나서길 바란다.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는 것도 좋은 아이템이 될 것이다. 밤을 새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는 2부로 이어졌다. 서대문 영천시장 인근의 중국집에서 독한 연태고량주를 마시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난상토론을 했다. 오늘따라 고량주는 왜 그렇게 달던지. 모임비가 조달되지 않았다면 그림의 떡이었을 주종이다. 시간은 흐르고 이야기는 계속되었고,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뒤풀이는 다음날 새벽 세시가 돼서야 끝났다. 


신기하게도 3차까지 술자리가 이어졌는데 술이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믿거나, 말거나). 내가 주당들만 초대한 것인지, 이야기에 굶주린 사람들만 골라서 인지 명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야기 모임 참가자 기념촬영(검은 티셔츠 입은 사람이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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