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벌새와 X언니

A hummingbird and X sisters

by 미즈킴

(영화 '벌새' 관람 후)


나 : 영화 어땠어?

킹 : 그럭저럭 괜찮았어. 엄청 흥미로운 건 아니었지만 한국 문화에 대해 좀 더 잘 알게 된 것 같아.

나 : 그랬을 것 같아. 난 공감이 굉장히 많이 되는 영화였어. 내가 중학생 때에도 영화 주인공과 비슷한 상황들이 많이 있었거든.

킹 : 그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좀 아파.

나 : 마음이 왜 아파?

킹 : 영화에서 모든 사람들이 서로 늘 화가 나 있거나 슬퍼 보였거든. 혹은 뭔가에 빠져 있거나.

나 : 하하, 인정하기 슬프지만 나의 10대도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았어. 부모님은 늘 삶에 쫓기고 사이가 안 좋았지. 난 이성 관계에 무척 서툴렀고 동성 친구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어. 네 10대는 어땠는데?

킹 : 글쎄, 그렇지만 이 정도로 격정적이진 않았던 것 같아. 난 학원에 다닌 적도 없고 학교 끝나고 집에 가면 TV를 보거나 게임을 하면서 놀았어. 그나저나 X 언니는 대체 어떤거야?

나 : 음, 좀 애매한 컨셉인데. 섹슈얼한 관계까지는 아니지만 일반 언니동생보다는 훨씬 긴밀하고 특별한 관계라고 해야 하나. 영화에서처럼 서로 선물도 주고 받고 말야.

킹 : 너도 X언니가 있었어?

나 : X언니까지는 없었는데 좋아하는 선배는 있었지.

킹 : 가끔 보면 한국 사회는 참 이상하단 말야.


(After watching movie 'House of hummingbirds')


Me : How was the movie?

King : It was okay. It wasn’t super interesting but I could understand more about the Korean society.

Me : I suppose so. I could sympathize lots of things in the movie. I went through very similar situations when I was teenager indeed.

King : I am a bit sad to hear that.

Me : Why are you sad?

King : They just seemed to be angry, or sad, or ecstatic.

Me : Haha, It’s sad to agree but my teenager was not very different from the one from the movie. My parents were always busy and fight a lot. I was quite clumsy at relationships and I had some sort of curiosity about homosexual love. How was yours?

King : I don’t know. It wasn’t this emotional though. I never had hagwons and would just watch TV or play games at home after shcool. What is X sisters by the way?

Me : Hmmm, it’s a bit hard to explain. It's a sort of special relationship between girls. It doesn't have to be sexual but exclusive and committed. They also give some presents to each other like we saw in the movie.

King : Did you have a X sister then?

Me : Not really, but there was a senior girl who I kinda liked.

King : Korean society is so strange sometimes.




최근 국내외로 화제가 되고 있는 김보라 감독의 영화 <벌새>를 보게 됐다. 둘리에게 좋은 한국영화를 많이 보여주고 싶지만 영어자막이 제공되는 영화는 많지 않기 때문에 극장에서 함께 본 한국영화는 <기생충>이 전부였다. 마침 종로구에 있는 ‘에무 시네마’에서 영어자막을 제공하기에 한글날을 맞아 보고 싶었던 <벌새>를 관람하게 됐다.


스토리를 반전시키거나 흥미를 끄는 큰 사건은 없지만 14세 소녀 은희의 일상적 서사를 통해 나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폭력과 희망이 공존하는 세상 속에서 상처 받고 사랑하고 방황하는 은희의 모습이 20년 전 나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외국인의 시각에서는, 특히 1994년의 한국 사회를 잘 모르는 상태라면, 138분의 러닝타임을 가진 이 영화가 좀 지루하고 이상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노력만으로는 바꿀 수 없는, 나를 둘러싼 세상을 원망하면서도 무엇이든 꿈꿀 수 있었던 때, 어떤 감정인지도 모른 채 한 학년 선배 언니를 보며 두근거리기도 했던 그 때, 모든 것이 회색빛으로 다가왔었다. 둘리가 나의 10대로부터 '이상함'을 느낀 건 아마도 한국 사회의 특정한 단면이 이상해서라기보다 낯선 것들로부터 오는 생경함에서 비롯된 게 아니었을까. 어느 세대이건 10대로 산다는 건 무척 이상한 삶의 과정일 수밖에 없으니까. 큰 고민이나 절망 없이 10대를 보낸다는 것이 내게는 더 이상하게 느껴지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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