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무식자의 전세방 구하기(5)

갑질하는 집주인에 세입자는 웁니다

by 미즈킴

고난의 여정 끝에 가까스로 집을 계약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온갖 불안감이 나를 엄습해 왔다. 잔금을 치르고 전입신고를 할 때까지, 그 집에 발을 들이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안심할 수 없었다. 요즘 떴다방과 같은 가짜 부동산이 많다는데 부동산은 정식 허가를 받은 업체일까? 등기부 상은 깨끗하지만 집주인에게 큰 빚이 있는 건 아닐까 등등 온갖 걱정거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먼저 해당 부동산중개업체가 정식으로 등록된 업체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국가공간정보포탈 사이트를 활용하면 된다. 이 페이지에 들어가 지역과 부동산 이름을 검색하면 등록번호와 함께 대표자 이름, 전화번호까지 확인 가능하다.


갑작스런 대리인 계약과 은근한 갑질


계약에 앞서 나를 불안하게 만든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대리인 계약’ 때문이었다. 부동산 계약을 할 때에는 당연히 집주인과 계약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며, 집주인이 나왔을 때도 신분증과 등기부등본을 맞춰보고 소유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나의 경우 집주인이 여러 주택을 소유한 주택임대사업자였고, ‘지인’이라는 사람이 그를 대신해 현장에 나왔다. 부동산에서는 계약일 전날에야 내게 이 사실을 알려왔으므로 그간의 과정으로 이미 새가슴이 된 나는 다시 한 번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대리인 계약 시에는 부동산 측에서 집주인의 인감증명서와 위임장을 준비하도록 되어 있는데 인감증명서에 찍힌 도장과 위임장에 찍힌 도장이 동일한 것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했다. 위임장에 적힌 대리인의 정보와 신분증을 비교해 동일 인물인지 재확인할 필요도 있다.


대리인 위임이 확인되었더라도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 집주인과 통화하여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계약서에 적힌 주소, 계약 여부 등을 묻고 직접 확인해야 한다. 이 때 통화 녹음은 필수다.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수도 있지만 혹시라도 어떤 문제가 생긴다면 손해를 보는 쪽은 임차인이기 때문에 얼굴에 철판을 깔고 확인에 또 확인을 해도 무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연유로 계약하는 날, 나는 여러 확인 과정을 거친 뒤 집주인과 통화하기에 이르렀다. 내게는 당연한 절차였다. 하지만 대리인으로 온 이가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임차인이 확인 통화를 하고 싶어 한다”고 말하자 수화기 너머로 긴 한숨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굉장히 성가시다는 듯이. 굳이 이렇게 해야 하냐는 듯이. 대리인이 멋쩍은 듯 웃으며 "스피커폰이라 옆에 임차인이 듣고 있다"고 귀띔하자 집주인은 그제서야 예의를 차리고 통화에 임했다.


나는 “번거롭더라도 내 입장에서는 확인을 할 수밖에 없으니 양해해 달라”는 말을 시작으로 필요한 정보들을 물었지만 이 상황에서 왜 내가 양해를 구해야 하는지 모호할 따름이었다. 세입자와의 간단한 통화조차도 귀찮게 여기는 은근한 갑질 속에서 왠지 모르게 빈정이 상했다. 매매가에 육박하는 보증금을 내는 상황이지만 어쨌든 간에 나는 세입자였고, 상대방의 무례함을 무조건적으로 참아야 하는 을이었던 셈이다. 이렇게 통화 한 번 하기 어려운 집주인이라면 향후 집에 수리할 일이라도 생겨 연락을 하게 된다면 얼마나 불편한 마음이 들까 하는 우려가 일었다.


드디어 이사일, 잔금을 치르고 주민센터에 달려가 전입신고를 하기 전까지 나는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진 않을까 마음을 졸여야 했다. 다음날 은행에 가 전세반환보증보험을 신청하고 주택보시보증공사로부터 허가를 받고나서야 비로소 ‘보증금을 떼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KakaoTalk_20191220_100600600.jpg 일러스트레이션 : 박다영

부동산에 대해 전혀 모르는 채로 두 칸 짜리 전세방을 구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생각보다 높은 집값에 보증금은 애초에 계획한 예산을 훌쩍 넘어섰고 지역도 직장에서 한참 멀어졌다. 누구 하나 믿기 어려운 상황에서 허위 매물에 속지 않기 위해 발버둥쳐야 했고 그 과정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너무 기대하거나 실망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배웠다. 그래도 이제 내게는 퇴근 후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쉴 수 있는 나만의 보금자리가 생기지 않았나. 무엇보다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틈틈히 공부하며 2년 뒤에는 좀 더 수월하게 내 집을 찾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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