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를 다시 찾은 건 약 한 달 만이었다. 역촌역에서 걸어서 2분 정도 거리에 있는 1억 9천 짜리 신축급 빌라 매물을 보기 위해서였다. 직거래 플랫폼인 피터팬의 좋은방 구하기 카페를 통해 알게 된 집이었지만, 정작 집을 보여주러 나온 이는 부동산 중개업자였다. 몇 차례 경험해본 바 이 플랫폼은 직거래 기능을 상실한 것처럼 보였으므로 그의 등장이 놀랍지는 않았다.
위치나 크기, 집의 상태 등 모두 마음에 들었지만 안타깝게도 이 집에는 옵션이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현 세입자가 2년차 신혼부부라 갖고 있는 가구나 가전을 양도하기도 어려운 상태였다. 나는 그대로 집에 돌아갈 바에야 기왕 부동산 중개업자를 만났으므로, 근방의 다른 집이나 좀 더 보자 하는 마음으로 그에게 물었다.
"혹시 비슷한 금액대에 옵션이 있는 집은 없나요?"
"음, 풀옵션 집이 하나 있긴 한데 여기보다 2천만 원 정도 비싸요. 괜찮으시겠어요?"
집은 6호선 구산역에서 3분 거리, 3호선 연신내역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해 이른 바 '더블역세권'이었지만 어찌 보면 참 애매한 위치이기도 했다. 지은 지 이제 3년 정도 된 빌라의 꼭대기 층에 있는 이 집은 크기는 작았지만 꽤 넓은 안방에 아담한 거실, 작은 옷방이 안정적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세탁기를 따로 둘 작은 베란다도 딸려 있었다. 옵션으로 설치된 커다란 냉장고도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현재 세입자가 이사를 가면서 이 집에 있는 모든 가구나 가전 등을 양도하고 싶어 한다는 점에 귀가 쫑긋거렸다.
일러스트레이션 : 박다영
이후에도 나는 다른 부동산을 통해 몇 군데의 집을 더 보긴 했지만 자꾸만 이 집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2억 1천만 원. 사실 애초에 내가 계획했던 예산을 훌쩍 넘어가는 수준이었지만 대출을 조금 더 받으면 될 듯싶었다. 출퇴근도 40~50분 내로 가능한 거리였고, 소파나 일부 물품들을 싸게 양도 받으면 집을 꾸미는 것도 수고롭지 않을 것 같았다. 게다가 등기부를 떼어 보니 융자가 없는 깨끗한 집이었다. 마음에 걸리는 게 한 가지 있다면 전세 보증금이 매매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매매가를 웃도는 전세가
2년 전 집주인이 집을 분양받을 당시 가격은 2억 3천 600만 원. 이 중 전세 보증금이 2억 1천이니 매매가의 90%를 육박하는 수준이다. 최근 빌라의 매매가가 떨어져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일해지는 현상은 더 이상 놀라운 소식이 아니다. 심지어 한 부동산 빅데이터 전문기업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연립‧다세대 주택의 13.1%는 전셋값이 집값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단순히 매매가가 떨어졌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연립‧다세대 주택은 아파트에 비해 시세를 파악하기 어려워 깜깜이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도 많은 까닭이란다. 실제로 ‘호갱노노’, ‘디스코’ 등 부동산 실거래가를 제공하는 앱에서도 아파트 중심의 정보만 주로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나와 같이 빌라와 같은 주거공간에 전세로 들어갈 경우 반드시 부동산 등을 통해 매매가를 확인해보길 바란다.
불안감이 밀려왔지만 비교적 신축인 이 빌라의 집값이 갑자기 폭락할 것 같지는 않았다. 게다가 어차피 전세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면 전세금을 돌려받는 것에는 문제가 없을 듯싶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몇 차례 문의한 결과 현재 집 상태라면 보험 가입이 가능할 것이란 답변을 받았고, 고심 끝에 이 집을 계약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