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오빠는 하루 정도 시키를 본인 집으로 데려간다. 처음에는 하루 종일 육아에 지친 엄마처럼 누군가 시키를 봐준다고 생각하면 몸이 곧 편해진다는 생각에 반겨하며 어서 데리고 가라고 한다. 하지만 그도 잠시, 저녁에 집에 돌아와 시키가 없으면 이내 곧 허전해진다. 보고 싶은 마음에 오빠한테 연락하여 지금 시키 뭐하냐고 항상 물어본다. 시키는 소심하고 경계심이 심해서 오빠 집에 가서도 쉽게 마음을 편히 놓지 못하고 전전긍긍한다. 그래서 사료를 듬뿍 담아가도 밥에 입도 잘 대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키가 잘 못 있다고 하면 안쓰러우면서도 내심 안도감이 든다. '너도 어서 집에 오고 싶구나'라는 생각에 괜히 혼자 뿌듯하다.
이번 추석 연휴에도 오빠가 시키를 하룻밤 데리고 갔다가 왔다. 잠결에 시키가 온 걸 알았지만, 일어나지 않은 척 침대에 누워있었다. 엄마가 내 방문을 열자 시키가 얼른 침대 위로 올라와 나를 깨웠다. 마치 너 때문에 깬 척했지만 어서 일어나 시키를 열심히 쓰다듬어 주고 와락 안아주었다. 이제 정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