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에서 유명한 관광지 중에 하나로 손꼽히는 곳이 있다. 바로 로트네스트 아일랜드 (Rottnest Island)이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동물인 쿼카가 사는 서식지로 유명한 곳이다. 실제로 로트네스트 아일랜드의 이름은 쿼카를 보고 쥐가 많이 산다고 하여 '쥐의 소굴 Rats nest'에서 유래한 것이다. 동물을 사랑하는 친구 a, b는 쿼카를 볼 생각에 한껏 들떠있었다.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이 섬을 가보고 싶었던 것은 아름다운 바다들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에메랄드 빛 바다를 어서 보고 싶었고, 빨리 물에 들어가 놀고 싶었다. 섬에 도착하자마자 명성과 다르게 쿼카는 바로 보이지 않았다. 아쉬움을 뒤로 한채 섬에서 운영하여 셔틀버스를 타고 어서 바다로 향했다.
처음에 도착한 곳은 Little Salmon Bay 였다. 에메랄드 빛이 가득한 바다였지만 살짝 구름 낀 날씨 때문에 그 아름다움이 한껏 발현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날씨가 대수랴, 무조건 바다에 들어가야 한다. 호주 바다에서 실컷 놀기 위해 한국에서 스노클 장비를 챙겨 왔다. 아무나 하길래 아무나 할 수 있는 줄 알았다. 착각이었다. 큰 물안경을 얼굴에 끼고 무의식적으로 코로 숨 쉬려고 하니 숨이 턱 막혔다. 입으로 숨을 쉬어야 했다. 호스를 입에 끼고 호흡을 하는데 처음엔 호스도 제대로 입에 물지 몰라서 어정쩡하게 물고 호흡하다가 계속 수면 위로 올라와야 했다. 저 멀리 오리발까지 끼고 바다를 헤엄치며 스노클링 하는 호주 아이들을 보며 대체 저런 걸 어쩜 저렇게 잘하는 거지 하고 부러워하며 쳐다봤다. 그래도 몇 번 시도해보니 꽤 익숙해졌는데, 불안한 호흡 때문에 멀리 나가는 거 까지는 무서워 해변 근처에서 맴돌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옆구리가 너무 따가웠다. 너무 놀라서 급하게 수면 밖으로 나와보니 옆구리 주변이 채찍으로 맞은 거 마냥 빨갛게 달아올랐다. 해파리에 물린 것이다. 다행히 스치듯이 물려 심한 상처는 입지는 않았지만 계속 따가워서 섬에 위치한 클리닉을 찾아가기로 했다. 클리닉에 계신 분은 나를 보더니 호주에 사냐고 해서 한국에서 관광 왔다고 하니 그럼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300달러 이상 비용이 나온다고 했다. 그러나 그 정도 쓸 가치가 없다며, 슈퍼에서 판매하는 약 2가지를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그리고 따뜻한 물로 물린 곳을 씻어내면 독소를 씻어내어 가려움, 따가움 등에 효과가 좋다고 하며, 클리닉에서 샤워할 수 있보다 배려해주셨다. 섬에 사셔서 그런가, 매우 친절했다.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슈퍼에 가서 약을 사고 먹으니 정말 가렵지 않았다. 의료비가 비싼 국가여서 그런지 약 효과가 매우 좋은 것 같았다.
다시 돌아와 이번에는 Parker Point라는 해변으로 이동했다. 시간이 지나 해가 서서히 뜨기 시작하더니 에메랄드 빛 해변의 본모습으로 돌아왔고, 거기에 하얀 모래까지 합하니 몰디브 해변을 가보지는 않았지만 흡사 몰디브 해변과 비슷했다. Parker Point는 Little Salmon Bay보다 해변이 넓고 수심도 적당히 얕아서 더 자유롭게 스노클링을 할 수 있었다. 물론 너무 깊이 들어가지 못해서 다양한 해양 동물들을 보지는 못했지만 작은 은빛 물고기들만 봐도 신기했다. Parker Point에 도착하고서야 비로소 상상만 하던 바다에 온 기분이었다. 그리고 계속 '정말 좋다' '정말 좋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실컷 물속에서 몸을 적시고 허기가 져서 식당이 모여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늦은 오후가 되니 사람들이 그새 꽤 많이 몰렸다. 그리고 쿼카도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친구 a, b는 귀여운 걸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쿼카를 보니 계속 쫒아다니면서 사진을 찰칵찰칵 찍기 시작했다. 난 아직 범동물적 사랑이 부족해서 멀리서 그저 신기하다, 귀엽다 하면서 쳐다봤다. 쿼카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동물이라는 별명일 가진 동물이다. 항상 웃고 있는 얼굴상 때문에 그런 별명이 붙여졌다고 한다. 진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지는 쿼카 본인들만 알 일이다.
쿼카도 많이 보고 물장구도 많이 쳤으니 이제 다시 배를 타고 돌아가야 한다. 다음날은 호주 여행에서 손에 꼽을 만큼 아름다웠던 곳인 Yanchep 국립공원으로 가는 날이다. 그리고 우리의 첫 캠핑지가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