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아래 벙커에서 하늘 위로

그네 위의 작은 기적

by 미스리
Joyce became a completely different person after she transitioned to Ms. Lee’s class.
(미스리의 반으로 옮긴 후, 조이스는 완전 다른 사람이 되었어요)

일반학급에 있던 1학년 조이스가 내 특수학급으로 옮긴 후, 불과 1주만에 교장이 한 말이다.


사실, 조이스는 여전히 조이스였다. 나에게 “문제아 1주안에 모범생 만들기” 같은 기적의 비법이 있었…을리는 전무하다.


다만, 한가지 비밀은 있었다.


그건 바로


“마법의 그네!”




Let it go, let it go, I am one with the wind and sky
Let it go, let it go, You'll never see me cry
(놓아줘, 놓아줘, 더는 내가 우는 걸 볼 수 없을 거야)


조이스가 규율을 따르거나 지시에 순응했을때, 보상으로 우린 그네를 함께 탔다. 바로 겨울왕국의 주제곡 ‘렛잇고’를 함께 부르며, 그네 시합을 하는 것. “누가 더 멀리 날 수 있나?”를 주제로 한 이 시합은, 특히 바람 부는 날엔 마치 폭풍 속을 가르는 질주 같았다.

조이스는 깔깔 웃었고, 나는 더 크게 웃었다. 처음 만났을 때, 책상 아래 지하 벙커에서 내던 음산하고 움츠러든 웃음이 아니었다.


이제 그녀의 웃음은 하늘 위를 나는 듯한 가벼움과 자유로움을 품고 있었다.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르는 그네 위에서 우리는 함께 노래했고, 함께 날았다.






그럼, 조이스가 늘 긍정적인 행동으로 수업에 참여했을까? 아니다.


조이스의 문제 행동은 여전했으나, 다만 달라진 2가지가 있었다.


조이스의 표정이 밟아졌다는 것! 화를 내거나 분노를 표출하는 빈도수가 확연히 줄었다는 것! 자주 환한 함박웃음을 지었고, 학급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학급 내에 오감을 채워줄 놀거리가 많았고, 학생 수가 적었기에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었고, 학생 수가 적은 만큼 교사들로부터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조이스가 수업 중 더이상 책상 아래에 숨지 않았다는 것! 그 이유는 내 특수학급은 정형화된 책상 배열 (교실 정면을 향한 획일적인 책상 배열)이 아닌, 소그룹, 개인 맞춤형 학습 공간, 그리고 작은 어린이 도서관 스타일의 가구 배치를 갖췄기에 조이스가 편안하게 학급에서 안정을 찾았다.


참고로, 조이스는 Orthopedic Impairment (정형외과적 장애- 아주 약간의 장애- 손을 미세하게 떠는 정도), Speech/Language Impairment (언어 장애- 아주 약간의 장애- 의사소통에 문제 없음)의 장애 판정을 받았으나, 문제 행동 (수업 중 책상 밑에 숨기, 소음 내기, 산만한 행동 등), 감정 조절 (쉽게 분노), 사회적 권위에 불순응/불순종, 학습 장애 (낮은 이해력, 추가 설명 필요) 또한 있던 학생이다.


조이스를 유심히 관찰해보니, 그녀는 교실의 정형화된 형식과 틀을 답답해했다. 일방적인 지시가 주어졌을때 본능적인 거부 반응을 보였다. 무언가를 "해라"라고 강요 받을때보다, "어떤거 해볼래?"라고 권유를 받은 후, 본인이 스스로 선택했을때 결과물이 훨씬 좋았다.


그래서 지시 대신, 한정된 옵션을 제시했다. 조이스가 책상에 앉길 바란다면, “앉아” 대신에 “그림을 그릴래? 종이를 자를래?” 옵션을 제시했다. “네가 선택해. 네가 주인공이야.” 라는 메세지를 늘 심어주었다.




We truly don’t want to leave. We feel strongly about this situation and would like to express our concerns by going on strike
(우린 미스리가 떠나는 걸 정말 원치 않아요. 우린 이 안타까운 심정을 데모를 해서라도 표현하고픈 마음이에요).

학기 마지막 날, 조이스의 부모가 내게 한 말이다. 내가 다른 학교로 옮기기로 결정을 했던터라, 그 날이 조이스와의 마지막 날이었다.


조이스의 부모는 아이의 학업과 사회성 향상에 깊이 관여했고, 나도 그 부모의 니즈에 맞게 학습 자료들을 많이 공유했다. 조이스의 부모는 조이스에게 공부의 방향, 자세를 가르치느라 "열혈 부모" 모드를 보였다. 부모는 내게 “이런 교사는 처음이야”하며 고마워했다만, 집에서 예습, 복습을 함께 해준 덕에, 시너지 효과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어서 오히려 내가 고마웠다.


조이스가 내 반으로 옮긴 후, 학업 능력이 많이 향상했다. 특히 “영어 읽기” 능력이 많이 향상했다. 참 아이러니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이방인 미스리”에게서 영어를 배운 후, 읽기 능력이 향상했으니 말이다. 비결이라면, 난 기본에 충실했다. 학업 프로그램을 선정해주는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한 후, 조이스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사용하면서, 놀이 위주, 칭찬/보상의 방법, 주체적인 학습법을 지속적으로 사용했다.


조이스의 부모는 학교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봉사 활동도 많이 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가까이에서 조이스의 학교 적응 상황을 점검하고자하는 진심이 느껴졌다. 조이스가 방과 후에 일반 학생 (장애 학생이 아닌)들과 플레이 데이트를 할 수 있도록 1학년 교사에게 적극적인 도움을 청하기도 하는 등, 사회적 관계 형성까지 신경쓰는 모습을 보였다.


유난이다! 유난이야!


그 부모를 향해 “헬리콥터 부모 (아이 주위에서 빙빙 돌며 참견하는 부모)”라고 빈정대는 교사들이 있었다. 아이 주변을 맴돌며 끊임없이 간섭하는 부모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하지만 내 눈엔, 그들은 결코 유난스러운 사람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입양한 딸, 조이스를 위해 언제든 조종간을 잡을 준비가 되어 있는 "파일럿 부모", 혹은 "관제사 부모"처럼 보였다.




본인들의 친딸이 있음에도, 불가리아에서 2살된 조이스를 입양한 부모는 기꺼이 “평생 교사,” 변호인, 길잡이가 되기를 선택했다.


조이스와는 단 1년을 함께 했을 뿐이다. 그런데, 바람부는 말이면, 그네를 볼때면, 우리는 함께 “Let it go”를 부르며 폭풍을 가르던 그 순간이 떠오른다.


나도, 조이스도, 하늘을 향해 날던 그 마법의 시간.



조이스! 그렇게 활짝 웃으면 돼, 그렇게 너 자신에 대해 얘기하면 돼.
싫다고 말하는 것도, 거절 의사를 그렇게 분명하게 말할 줄 아는 것은 중요한거야! 그러니, 조이스! 그냥, 그렇게, 너답에, 훨훨 날아가!


언제나 그네 위에서처럼, 바람을 타며 함께 웃을 수 있기를.


조이스는 현재 6학년이 되었고, 부모의 헌신적인 도움 덕분에, 5년만에 일반 학급으로 다시 옮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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