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구역의 문제아 청소부
Ms. Lee, there’s a student who might fit into your classroom due to behavioral difficulties and some other reasons. Would you observe her in her first-grade classroom to see if she needs to be yours?”
(미스리, 문제 행동과 다른 이유들 때문에 미스리의 반으로 옮겨야할지도 모르는 1학년 학생이 있어요. 그 학생의 학급 수업 참여 모습을 관찰해보고 의견을 나눠주세요.)
교장으로부터 위와 같은 지시를 받은 후, 1학년 일반 학급 Morning Meeting (오전에 이루어지는 짧은 나눔의 시간)을 참관하기 위해 살포시 학급에 들어갔다. 교실 안엔 잔잔한 아침 공기가 흘렀다. 우리는 말없이 신호를 주고받았다. 교사가 “문제의 학생” 쪽으로 고요한 시선을 고정했다. ‘이 학생이 바로 그 학생이야’라는 무언의 메시지.
그쪽을 둘러봤는데, 정자세로 반듯이 앉아있는 모범적인 학생들 뿐, 누굴 말하는지 모르겠다. 담임 교사한테 눈썹을 치켜 올리며 신호를 보냈다. ‘누구?’ 그녀는 한 손으론 입을 가리고, 다른 손으로는 책상 아래를 가리킨다. “Under the desk (책상 아래)”
책상 밑, 그곳엔 하나의 “비밀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작은 벙커처럼 꾸며진 조이스만의 세계. 그 안엔 찰랑거리는 금발 머리가 흘러나오고, 머리카락 너머로는 반짝이는 파란 눈과 큼지막한 입이 까르르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바로 너로구나, 조이스!’
모두가 정자세로 조용히 앉아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며 “아침 나눔”을 하는 시간, 조이스 혼자서만 책상 밑에서 “돌발자세”로 홀로 “돌발놀이”에 심취 중이었다. 조이스의 행동을 찬찬히 관찰하며, 적신호 요인들을 찾기 시작했다.
적신호 1: 수업 중 돌발행동 & 셀프 흥
본인의 지하 벙커에서 “셀프 흥노래”로 심취하다가 날 보더니 씨익 웃는다. 그리고 큰 소리로 까르르 웃는다. 얼굴 상/중안부는 금발의 앤해서웨이, 하안부는 줄리아 로버츠를 닮았다. 작은 얼굴에 큼지막한 눈코입이 가득찬 얼굴과 환한 미소가 참 인상적이었다.
적신호 2: 사회적상황에 안맞는 행동
조이스는 수업에 참여 중인 진지한 학생들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깔깔 웃다가 말을 시켰다.
"Can you come down and see this? (여기 와서 이것좀 볼래?)
적신호 3: 사회적 권위/규칙에 대한 반항
학급의 보조교사 (원칙적으로 1학년-6학년 학급에 담임교사 1명만 있지만, 특수교육 학생이 있는 학급엔 보조교사가 종종 들어가서 지원을 한다. 풀데이로 있는건 아니고, 시간대별로 종종 들어온다)가 조이스에게 의자에 앉을 것을 요구했다. 조이스가 버럭 괴성을 질렀다.
“No…. I said, NO!!!! (싫어요, 내가 싫다고 했잖아요)”
Welcome to Ms. Lee’s Class! (미스리의 학급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결국 조이스는 내 학급에 배정이 되었다.
1학년 조이스의 공식 장애 판정은 다음과 같다.
Orthopedic Impairment(정형외과적 장애): 경미한 손떨림 정도
Speech/Language Impairment(언어 장애): 일상적인 의사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는 수준
조이스가 내 반에 등교하는 첫 날. 나는 스쿨버스가 도착하는 학교 정문에서 조이스를 기다렸다. 50미터 거리에서 나를 벌견한 조이스는 전력으로 달려와서는, 내게 왈칵 안겼다.
순간, 고마움과 부담감이 교차했다. 우리반 입소를 전교에 알리듯, “미스리” 크게 부르며 내게 안기는 자유롭고 천진난만한 모습이 고마웠다. 그런데, 동시에 내 학급에 오기엔 "너무 과분한 그녀”라는 생각에 부담스러웠고, 마음 한 켠이 무거워졌다.
조이스의 인지, 언어, 행동 등 학교 생활에 필요한 능력은 내 다른 학생들에 비해 훨씬 월등했고, 내 Self-contained special education classroom (독립된/고립된 특수교육 학급), 더 상세하게는 “Autism Classroom (자폐 학급)”에 배정되기엔 과분했다. 조이스는 자폐 혹은 발달장애 판정을 받은 것도 아닐 뿐더러, 자폐로 의심되는 행동 요인이 전혀 없었다. 솔직히 조이스는 일반학급에서 수업이 가능했고, 단지 더 강화된 개인적인 지도가 필요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왜 조이스는 자폐학급에 배정되었을까?
일반학급 담임 한 명이, 22명의 일반 학생들과 함께 심층적인 지원이 필요한 특수교육 학생까지 도맡아 지도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물론 조이스가 일반학급에 남는다면, 다른 특수교사 (주로 학습장애 학생들을 지원하는 교사)로부터 하루 1~2시간 정도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충분치 않다.
조이스처럼 일반학급과 특수학급 사이, 애매한 경계에 있는 학생들을 위한 중간 성격의 학급이 존재한다. 그것이 바로 NCE (Non-Categorical Elementary) 학급이다. 즉, 특정 장애 카테고리에 귀속 시키기 애매한 반이되, 적절한 지도가 필요한 반이라는 뜻이다. 이 학급에 속한 특수교육 학생들은 주로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특수교사 혹은 보조교사와 함께 일반학급에서 보내되, 이 독립된 NCE 공간에서 소그룹으로 모여 추가적인 개별화된 심층적인 지원을 받는다.
그렇다면, 왜 조이스는 이 "중간지대"인 NCE가 아닌, 자폐학급에 배정되었을까?
간단하다. 우리 학교엔 NCE 학급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학급은 모든 학교에 있는 게 아니다. 학생 수나 교장의 재량, 예산 등의 조건에 따라 개설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우리 학교는 몇 년 전, 해당 학급이 폐지된 상태였다. 중간지대가 없으니, 양극단 (일반학급 혹은 특수학급)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구조였던 셈이다.
내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일반학급 교사들과 경증 특수 교육 교사들 (주로 학습장애 학생들을 지원하는 교사들)의 인내심이 짧다. 조금만 더 관찰하고, 조금만 더 유연하게 접근하고, 조금만 더 넉넉하게 지원해주고, 조금만 더 개별화된 방법을 제공하고, 조금만 더 학생의 가능성을 믿고 기다려주면 좋으련만. 이들은 꺼린다. 그리고 쉽사리 말한다.
이 학생은 여기까지에요.
이 학생은 우리반에서 힘들어요.
특수반으로 가야 할 것 같아요.
그래서 소위 “골치거리 학생,” “문제아 학생”을 쉽사리 “고립된 특수교육 반”으로 던져버린다. 바로 내 학급, 미스리의 학급으로!
마치 문제아 학생들을 처리하는 일종의 쓰레기통처럼.
나의 교실이, 그 쓰레기통이 되어버렸다.
차선책도 없고, 대안도 없기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현실적으로 이 학생의 반 입소를 거절할 권한조차 없기에,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 사실이, 우습고도 슬프다.
이렇게 "내 반에 너무 과분한 그녀" 조이스와의 조우가 이루어졌고, 우리의 달콤 쌉싸름한 학교 생활도 시작되었다.
모두가 외면한 아이들이 마지막으로 도착하는 곳이 내 교실이라면, 나는 그 문을 활짝 열어두겠다. 차선책이 없는 학생에게 주어진 교실이 내 학급이라면, 나는 기꺼이 그 교실을 최선책으로 만들어주고 싶었다.
비록 이게, 문제아 청소부의 운명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