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없는 천사, 소피아
Sophia ran into the street and almost got hit by a car! You should come up with plans for your student (소피아가 찻길로 뛰어들었고 거의 차에 치일뻔 했어요! 네 학생에 대한 대책을 내놓아야해요!)
야외 쉬는 시간. 소피아가 보조교사 눈을 피해 후문으로 돌진했다고 한다. 차에 거의 치일 뻔 했으나 다행히 스스로 멈췄고, 뒤따랐던 보조교사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한다.
그리고 이에 화가 난 보조교사는 “네 학생”의 돌발행동에 대한 대책을 내놓으라고 으름장이다. 이럴땐 “네 학생”이란 말이 내 가슴을 쿡쿡 후벼판다.
어떤 학생이든 일단 “내 학생”이 되면, 무한한 사랑과 책임감이 자동발동되고 “학교 엄마” 모드로 자동변환된다. 그런데, “네 학생”이라는 말은, 언제나 문제 행동이 일어난 뒤에 듣게 되어서, 그 순간만큼은 “죄 지은 학교 엄마” 모드로 변환되고 만다.
5학년 소피아는 심한 자폐, 행동 장애, PICA 증상 (섭식장애의 한 유형으로, 소화할 수 없거나 영양소가 없는 물질을 먹는 행위)을 갖고 있다. 통합교육을 위해 여러 특수학급을 순회하는 Floating 보조교사와 함께 5학년 일반학급 야외 쉬는 시간에 참여해왔다.
하지만 그 보조교사의 태도는 매우 불성실했다. 교장의 지시로 마지못해 소피아를 돌보고 있을 뿐, 특수교육 학생에 대한 애정이나 책임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의 무뚝뚝한 표정과 건조한 말투, 그리고 소피아로부터 10보 이상 떨어져서 지켜보는 태도를 보면 누구나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소피아는 이 구역에서 유명한 도망자이다. 주로 관심을 끌기 위해서, 혹은 도망가는 행동을 놀이로 잘못 인식해서 그렇게 행동한다. 도망가는 학생을 대하는 특수교육 교사들의 방식도 다양하다.
즉시 도망가는 학생을 따라잡으려 전력 질주하는 추격자 교사
도망가도 그냥 내버려 두는 방관자 교사 (단순히 못 뛰어서, 숨이 차서, 무릎이나 허리가 아프거나 등 여러 이유로)
학생 행동을 계속 주시하며 위험 상황에 대비해 밀착 지도하는 관제사 교사
행동 패턴과 상황을 분석해 전략적으로 추격하는 전략가 교사
소피아처럼 학생의 인지 능력이 낮다면, 방관자 교사는 절대 되어선 안된다. 위험 인지 능력과 환경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학생은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마음과 행동을 감시하고 추격 태세를 갖춰야 한다.
그럼에도, 그 보조교사는 소피아로부터 10보 멀리 서있었고, 다른 교사와 잡답에 여념이 없었을 뿐더러, 소피아에게 그 어떤 밀착 지도 혹은 긍정적인 관계형성이 없었다. 그들은 그저 상부의 지시에 의한 “쉬는 시간 멀찌감치 짝꿍”이었을 뿐이다. 그랬기에 소피아가 관심을 끌기 위해 차로를 향해 도망갔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쉬는 시간 마저 내가 창문 너머로 그들을 지켜보고 있을지는 몰랐을테다.
“네 학생에 대한 책임”이라는 명목 아래, 나는 친절한 행동 플랜을 몇 가지 만들어 제공했다. 규칙을 잘 따랐을 때 보상으로 주는 칭찬과 놀이, 그리고 응급 상황에서의 대처법까지 세세하게 담은 계획이었다.
그러나, 사실상, 이 모든 것들은 껍데기에 불과할 뿐이다. 교사가 학생에게 애정이 없으면, 어떤 체계도 무의미하고 무용지물이다.
소피아가 나와 함께 쉬는 시간을 보낼 땐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녀는 내 팔에 팔짱을 끼고 음악을 듣거나 노래를 부르며 평온한 시간을 즐겼다. 어디론가 잠깐 이동하고 싶을 땐, 먼저 나를 바라보며 “Ms. Lee, let’s go! (미스리, 갑시다)”라고 환하게 말하던 아이였다.
그런 소피아가 다른 교사와 있을땐 도주를 일삼았으니, 그녀는 스스로 본인이 받는 애정과 관심의 레이더를 발동시킬줄 알았던게다.
소피아의 후문 돌진 사건이후로, 결국 후문은 봉쇄되었다. 그리고 소피아 허리에 “천사 날개”가 달려졌다.
“AngelSense (천사센스)”라고 불리는 GPS Tracking device (위치 추적장치). 벨트처럼 허리에 착용하는 이 장치는, 혹시 모를 또 다른 도주나 위급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였다.
물론, 부모의 결정에 의해 사용되었고, 부모가 사비로 제공한 것이다. 이 장치를 달고 있으면, 부모는 소피아의 실시간 위치 추적은 물론, 주변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쌍방 대화도 가능했다. 다만, 교사들과 다른 학생들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부모는 “학교 시간엔 듣지 않겠다. 응급 상황에만 듣겠다”는 서약서를 학교에 제출했다.
실제로 엔젤센스를 장착한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15세 소녀가 괴한에게 납치된 후, 부모의 단호한 음성 지시로 소녀가 위기를 모면한 일이 있었다.
이때부터 소피아는 "이 구역의 천사"로 불리기 시작했다. 조소 섞인 표현이었다. 도망 다니고, 사고 치고, 모두를 긴장하게 만드는 아이에게 붙여진 일종의 반어였다. 그런데, 어쩌면 소피아는, 정말로 가족에게 그리고 내 교실에 잠시 내려온 "날개 없는 작은 천사"였는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소피아를 문제아라 불렀고, 누군가는 위험 요소라 여겼지만, 나는 안다.
소피아는 누군가가 바라봐 주길, 들어주길, 함께 있어 주길 바랐다는 것을.
자기만의 언어로 세상과 연결되고 싶어 했던 한 사람이라는 것을.
지금도 어딘가에서 "천사"라는 단어를 들으면, 나는 가장 먼저 소피아를 떠올린다. 세상의 기준으로는 특별한 아이였을지 몰라도, 내겐 반짝이는 천사 같은 존재였다.
언젠가 네 허리에 위치 추적 장치가 아닌, 진짜 날개가 달리길. 그리고 그날엔, 아무도 널 가두지 않는 하늘에서 훨훨 날아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