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똑바로 좀 걸어!
젓가락 한 짝이 다른 한 짝을 향해 버럭 외친다.
엉거주춤, 느린 속도로 발을 맞춰가던 젓가락 두 짝. 한 짝은 제법 반듯하지만, 다른 한 짝은 울퉁불퉁 휘어 있다.
너만 아니었으면, 나는 벌써 슝! 날라갔어!
반듯한 젓가락이 으스대며 더 크게 호통친다. 휜 젓가락의 작은 보폭이 못마땅한 모양이다.
그래? 그렇게 잘났으면 나없이 걸어봐! 아니 날아봐!
휜 젓가락이 그 자리에 벌러덩 드러 눕는다.
반듯한 젓가락은 기세등등하게 한 발 내딛지만, 턱! 반발자국도 못가고 수직으로 고꾸러진다.
가족한테 괜한 성질을 부리고 혼밥을 하고 있었는데, 손에 든 휜 젓가락이 유독 눈에 거슬려 “버려?” 하는 마음이 스쳤다.
그러다 문득 멈칫했다.
곧게 뻗은 젓가락이 아무리 잘난 척해도 짝 없이 혼자서는 한 발자국도 행진 못한다는 사실. 그 모습이 괜히 집에서만 으스대는 내 모습 같기도 하고, 밖에서는 괜히 소심해지는 내 모습 같기도 했다.
엄마 병실을 24시간 지키며 내 몫까지 감당해주는 느림보 휜 젓가락 언니를 보며,
차 기름 넣을 새 없이 바삐 퇴근했는데도, 새벽에 몰래 기름을 채워둔 휜 젓가락 남편을 보며,
내가 ‘휜 젓가락’이라고 여겼던 굼뜬 가족들이 실은 곧은 젓가락이었음을 깨달았다.
나는 곧은 젓가락인 척 으스대며 바짝 뻗어 있었지만, 사실은 혼자서는 아무 것도 못 하는 한쪽짜리 젓가락, 아니 되려 휜 젓가락에 불과했다.
결국, 우리는 젓가락 동무 없이는 한 발자국도 행진할 수 없다는 사실.
우리의 걸음은 “우리”이기에 비로소 완성된다.
이것이 바로 젓가락 행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