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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붉은 지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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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희동 김작가 Nov 08. 2019

김건모가 장가가는데 내가 좋아하는 이유는?

가수 김건모가 결혼발표를 하였다. 쉰한 살까지 자유분방하게 살던 그가 뒤늦게 장가를 간다는데 김건모 엄마도 아닌 내가 왜 기쁜 걸까?

'미우새'를 많이 봐서? 아님 그의 노래를 좋아해서? 김건모의 노래를 좋아한 적은 있었다. 특히 '잘못된 만남'라는 노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듯한 가사가 너무 재미있어서 가끔씩  따라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노래 때문도 아니다.  

내가 기쁜 것은 한살이라는 고령(?)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젊고 예쁜 처녀와 결혼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그의 의지가 결혼 적령기를 넘긴 자녀를 둔 부모들의 조바심을 안심으로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사회의 통념상 적어도 삼십 대가 되면 제 짝을 찾아 가정을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으로 정해 놓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그 법도를 지키며 인류발전에 기여해 왔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내 자식이 또  자식을 낳는 걸 보고 죽는 것이다   


 ''결혼에 적령기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결혼이 하고 싶을 때, 그때가 저의 결혼 적령기입니다. ''


30대 중반을 넘어 선 나의 아들은 독립선언문을 비장하게 선포하고 전망 좋은 아파트를 얻어 독립하여 나갔.


일요일 밤, 김건모는 천진난만하다. 드론을 날리고 소주병으로 트리를 만들고 카펫을 굴리 커다란 김밥을 고 초콜릿 분수를 만들며 신나게 놀고 있다.

어린 왕자처럼 순진무구하게 사는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건모 어머니의 심정을 활화산이 펑펑 터지는 광경으로 CG 처리해 주고 있다.

김건모가 만든  엉뚱한 작품들


내 아들도 혼자 저렇게 즐기며 살다가 쉰한 살을 넘기지 말란 법이 없지 않을까? 그런 안타까운 심정으로  일요일 밤 '미우새'의 시청률을 올려주었다.


나는 요즘 젊은 세대의 결혼관이 느슨해진 것에 공인인 연예인들도 조금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결혼을 하지 않고도 혼자서 즐겁게 살고 있는 연예인의 모습은 SNS나 TV 화면에서 자주 볼 수 있다. 그들의 자유스러운 생활은 누가 봐도 럽다. 방송의 특성상 짜인 각본대로 움직이고 일부는 편집된  것이라는 걸 대부분 알고 있지만 그랬다 해도 그 모습을 동경하고 결혼을 마치 족쇄처럼 생각한다. 인생을 각본처럼 살고 싶은 것이다.


저들도 저렇게 결혼을 하지 않고 들 살고 있는데,....라고 한다면 , 시험 점수를  잘못 맞은 아이가 ''우리 반 반장은 나보다 더 많이 틀렸어요''라며  현실을 바로 보지 않는 긍정의 바보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나는 말한다.


올해로 결혼 40주년을 나에게 과연 결혼이  사랑의  완성인가에 대하여 묻는다면 실은 나도 정확한 답을 내리지  못한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으니까...,

하지만 지금 내가 결혼을 하지 않고 살았다면  바라만 봐도 아릿한  행복을 영원히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나를 닮은 자식을 바라볼 때 가슴 뭉클한 행복,

그 자식이 사춘기가 되어 있는 속 없는 속 다 썩이다가 노트 한 장에 빼곡히 써준 편지를 읽을 때 느꼈던 행복, 군대에서 제대를 하고 예비군 아저씨가  되어 나타났을 때의 든든했행복...,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면 절대로 느낄 수 없었던 최상의 행복은 나이 듦을 보상해 주었다.


요즈음  분위기 있는 카페나 거리의 프랜차이즈 음식점의 인테리어가 전과 많이 달라졌다

어제만 해도 친구들과 커피를 마시러 카페에 갔다가 탁자를 이리저리 옮겨서 붙여 앉느라고 한바탕 부산을 떨었다. 전처럼 네 명이서 마주 앉아  바라보는 좌석 대신 혼자서 앉을 수 있는 1인 좌석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미운 우리 새끼'들이 많아졌다는 증거다.


혼밥 혼술도 젊었을 때가 낭만이지 나이 들어서는 혼자서 밥 먹고 술 마시는 일이 얼마나 처량하고 청승맞은 일인지 청춘들은 모를 것이다

따뜻하게 맞아 주는 가족이 있는 집에서 서로 얼굴 맞대고 먹는 한 끼 식사가 혼자서 먹는 진수성찬보다  수 만배 낫다는 걸 안다면 1인 좌석이 더 늘어나지 않을 텐데...,


어쩌다 보니 자주 모이는 친구들 중에 나만 아직 할 일이 남아있다.

철학자 '토킨스'의 이론에 따르면 '먹고 성장하고 결혼해서 자식을 낳고 죽는 것' 까지가  인생이라고 했다.

나는 그의 이론에 덧붙여 자식이 결혼하여 또 자식을 낳는 것 까지 바라보는 일이 참다운 인생이며 우리가 할 일의 마무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비운의 7080 세대다.

옛날 우리 적 부모님들처럼 집안의 대(代) 운운하며 자식을 억지 결혼시킬 수도 없고 부모 죽는 꼴 볼 거냐며 드러누울 배짱도 없이 겉으로는 쿨한 척 하지만 사실 해가 갈수록  내가 나이를  먹는 것보다 나의 아이가 나이 들어가는 게 더 두려웠다.


그런데 오늘, 김건모의 결혼발표가 나에게 희망을 주었다.

혼기란 시대나 사회가 임의로 정해 놓은 기간 . 내 아이 말대로 자신이 결혼하고 싶은 나이가  바로 혼기일지도 모른다.

사람의 평균 수명이 늘은 만큼 혼기도 늦어야 공평하다는 아들 녀석의 이론이 조금 설득이 된다.


하루 사이에 어제의 내가 아닌 게  나 자신도 낯설지만 저만 잘 나면 쉰 살에도 멋지게 결혼을 할 수 있다는 걸 김건모가 보여주지 않았는가,

그는  내 아이도 이해시키지 못했던 나의 보수적인 결혼관을 한방에 날려 주었다.

나 역시 연예인의 사생활에 동조하여 위안받는 긍정의 바보가 되어버렸다. 


김건모의 결혼을  팬이 아닌 엄마의 마음으로   박수쳐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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