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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희동 김작가 Jan 21. 2020

홍시 연가

어제는

함께 성당에 다니는

비비안나  형님이 전화가 왔다

시간 나면 와서 감좀 가져가

제일 큰 놈으로다가 골라놨어

추석에 사서 얼려 둔

모시 송편을 쪄서 아랫동네 형님네로 갔다.

아이고 저  높이 있는 걸  누가 다 땄대요

우리 사위가...,

시집 안 가고 애 먹인다고

늘어진 감나무 가지만큼이나

걱정을 주렁주렁 달고 살더니

그새 사위를 얻어 가을걷이까지 해 주던가요

붉은 수수감을 한 소쿠리 무겁게 들고 왔다


을성이는

키도 크고 얼굴도 이쁜데

지가 이쁜 줄 모르니까 더 이쁘다

나보다 두 살 어린데

그냥 친구 하자고 그런다.

나는 키 큰 애들한테는 뭐든 져 준다

을성이네 감나무는

해마다 풍년이라 한다

감나무 아래 개똥을 묻어 주었다고...,

키 큰 을성이는 손도 크다

홍시를 한 박스 씩이나 들고 왔다

개똥을 먹고 자란 감은 어떤 맛일까

달다

너무 달다


우리 집 현관  문고리에 감나무 가지를 걸어놓고 간

사람을 수배합니다

누굴까?

아랫집 은금이네

윗집 통장네 할머니

아참

통장네 할머니는 초가을에 요양원으로 가셨다

해마다 가을이면

쇼핑백 가득 감을 담아 주셨는데...,

우리 집 감나무 때문에 집 앞이 어질러져서 미안해요 하면서...,


우리 집은 땡감 종착

바람 부는 날이면

언덕 위에서 다람쥐처럼  떼굴떼굴

땡감들이 굴러온다

우리 동네 유일하게 감나무가 없는 우리 집에

여름이면 땡감이 수북하고

가을이면  붉은 홍시가 집안 가득하다

감나무가 없고도

감이 많이 열리는 집

우리 동네 인정은

해갈이도 하지 않는다


해마다 감 풍년이 드는 우리집 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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