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유난히 늦잠을 잔다. 어제도 늦은 밤까지 TV를 보았다. 방송국 송년잔치에 박나래가 상을 타면서 웃는지 우는지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고 나서도 잠이 오지 않아 채널을 돌려 송년특집으로방영해 주는 언제 적영화 '쿼바디스'를 보았다. 하지만 그나마도 줄거리가 너무나 선명하게 생각나서 중간에 꺼버렸다.
그러다가 최근에 써 둔 치앙마이 여행기를 첨삭하고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다.
얼마 전부터 불면의 밤이 잦았다.의사 선생님은 작은 알약을 처방해 주면서
잠자리에들기 전 한 알씩 먹으라고 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 중 어느 한 가지를 무언가에 의지하게되면 고장 난 사람이다.
나는 약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견뎌내려고 한다.
다행히 새벽녘쯤 늦게야 잠이 들기는 하니까 내병명은불면증은 아닌 셈이다.
그래서 몰랐다. 오늘이 내 생일인 줄..., 커튼 사이로 내리쬐는 햇살이 너무 강해서 일어나 보니
해는 중천에 떠있고 핸드폰엔 축하 문자가 가득하다.신년 축하 메시지와 생일 축하 메시지가 뒤섞여 뒤죽박죽이다.
이 사람들은 어떻게 나도 모르는 내 생일을 다 기억하고 있을까.....
올해 1월 11일(음력 섣달 초엿새날)에 나는 생일을 분명히 맞았다. 그런데한 장 밖에 남지 않은달력의 마지막 날인 오늘이 음력으로는 섣달 초 엿세날,바로 내 생일이다.일 년에 생일이 두 번이나 들어있다니...,
나이 많은 이가 ''어서 빨리 죽어야 할 텐데..., ''라고 하는 말이 거짓인 것처럼 ''생일날이 뭐가 좋아 나이만 먹는데..., "라고 하는 말도 순 거짓말이다.
나는 생일날이 좋다.어렸을 때부터 생일날은 맛있는 음식을 먹는 날이었고 웬만한 잘못 쯤 면죄가 되는 날이었다. 나이든 지금도 마찬가지다.
손녀 아이가 쓴 손 카드와 아이들의 축하전화가 반갑다. 하룻 내 울리는 형제들의 카톡 축하인사도 고맙다.
가장 고마운 것은 남편이 손수 차려주는 생일상이다.
언제부터인가 남편은 내 생일날 아침상을 손수 준비해 주었다. 미역국을 끓이고 계란말이 반찬을 만들어서 제법 성의 있는 생일상을 만들어 주었다.
누군가 나를 위해 차려준 밥상은 맛을 타박할 수 없다. 그런데 하물며 맛까지 있다. 미역국 끓이는 법은 도대체 어디에서 배웠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