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썼다.
수고했다
한 여름내 수고한 선풍기 날개를 닦는다.
내 몸에 끈적 끈적 붙어있던 짜증이
답답했던 투정들이
까만 땟국으로 묻어난다
시원한 바람 불어주는 네 앞에서
바람개비 돌리느라
너의 가슴 뜨겁게 달아오르는 줄 몰랐다.
숙명이라고?
말을 했어야지
표현하지 않는 네가 답답하다
수고했다
애썼다
이 말 한마디면
찌든 묵은 때도 이렇게 벗겨지는데
날개가 부러지지 않는 한
내년 여름에도 너는 하염없이
바람개비를 돌리고 있겠지
고마움도 모르는 그는
오십견이 도진 줄도 모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