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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희동 김작가 Nov 10. 2020

멈춤의 시간에 나는 준비를 한다



코로나가 우리의 생활을 고립시킨 지 벌써 한 해가 다 되어 간다. 위기의 시대를 잘 참고 견디는 사람이 있는 가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일 년간 약정을 하고 회비를 낸 헬스클럽이 문을 닫았다. 물론 나머지 회비는 받지 못했다. 나쁜 마음으로 줄행랑을 친 게 아니라 코로나로 인한 사업 부진임을 뻔히 아는 터라 사업주의 배려만 바랄 뿐이다. 돈을 돌려받으면 좋겠지만 어려운 시기를 견뎌내야 하는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참아내는 것이다.


IMF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난을 겪었던 시기에 나 역시 열심히 학원을 운영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직장을 그만두게 된 학부모들이 생기면서 학생들이 줄기 시작하였다. 어차피 단체 그룹지도를 하기 때문에 나는 단 한 명의 학생을 위해서라도 강의를 해야 했다. 다른 이유가 아닌 학습비를 댈 수가 없어서 학원을 그만둔다는 건 슬픈 일이었다.

나는 학부모님을 따로 만나서 내가 주는 장학금이라 생각하고 학습비를 받지 않을 테니 학생을 계속 보내달라고 했다.

처음에는 황송해하며 망설이던 학부모들이  뜻을 받아들였다. 그랬는데 의도하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

학생수가 줄어드는 다른 학원과 달리 내 학원은 꾸준히 아이들이 드나드는 걸 보고 주변 상가에 입소문이 퍼졌다. 입소문이 광고가 되어 그 와중에도 학생들이 늘어나는 이변을 보였다.

내 인생  최초로 맞는 위기가 나에게는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가 된 것이다.


그때의 경험 때문인지 나는 이번 코로나로 인한 위기도 쉽게 이겨내리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일개 국가만이 겪었던 외환위기와 달리 전 세계가 함께 고통받는 지금은 그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희망을 가져보자.

삶은 누구에게나 굴곡이 있다. 잘 나간다고 꾸준한 것도 아니고 힘들다고 계속 죽으란 법도 없다. 아무리 긴 터널도 그 끝이 있듯이 언젠가는 새로운 날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사업가나 운동선수 연예인 혹은 우리 같은 일반인들도 인생에서 한 번쯤은 슬럼프를 겪는다.

지금은 온 국민이 슬럼프 상태다. 

나의 학창 시절 선생님께서는 쉬는 시간을 잘 활용하는 학생이 학습 능력을 더 발휘할 수 있다고 하셨다. 쉬는 시간에 전 시간에 배운 공부를 복습하거나 앞으로 배울 과목을 미리 예습해도 되지만 잠깐 눈을 붙이고 휴식을 취하는 것도 공부의 능력을 올리는 효과가 있다고도 하셨다.

이 말은 탄력을 유지하는 힘은 '쉼'에서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서울시에서는  코로나 19 재확산 방지를 위해서 천만 시민 멈춤의 시간을 발표했다.

'멈춤' 그다음에 이루어지는 게 '쉼'이다. 어떻게 쉬는 게 잘 쉬는 걸까? 사람들은

독서로 정신적 에너지를 얻거나 운동으로 면역과 근육을 단련시켜서 탄력을 유지하기도 한다.

여행을 하면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지만  여행을   수 없는 게 이번 팬데믹의 큰 비극이다.

언젠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그날을 위해 각자의 기준대로 회복탄력성을 예비해야 한다

회복탄력성은 준비하는 사람에게 더 강하다.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기 위해 뒤로 물러 서 있는 동안 충분한 준비를 한 사람은 앞으로 전진하며 도움닫기를 하는 데 힘이 된다.


얼마 전, 교직에 있는 동생에게서 문자가 왔다. 동생이 가르치는 반에 코로나에 걸린 학생이 있어 접촉자 모두가 자가격리에 들어갔다고 한다. 다행히 검사 결과 음성이기는 하지만 2주간의 자가격리 기간을 지켜야 된다고 한다.

가까운 내 혈육이 코로나에 노출되었다고 생각하니 뭔가 점점 조여 오는 느낌이 든다.

그동안 내가 다니던 헬스장이 폐업신고를 했다는 문자가 온 것도 그 무렵이었다.

멈춤의 시간이 너무 오래가다 보면 이런 반갑지 않은 문자들이 또 날아올 것이다.

어쩌면 이렇게 멈춰 있다가 나 자신의 건강도 폐업 신호를 보내지 않을까?


곧 종료될 줄 알았던 그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막연하게 앉아서 시간이나 때우기는 너무나 아까운 날들이다. 그래서 움직이기로 했다. 언제 올지 모르는 그 날을 위해 지금은 준비하는 시간으로 마음을 바꾼 것이다..


하루의 대부분을 지내고 있는 내 집부터 치우기로 했다. 우선 내 눈에 보이는 것부터 정리를 하자.

맨 처음 화장대 서랍부터 시작했다. 마스크를 쓴 뒤로 가까이하지 않는 화장품들을  정리했다. 한 번도 발라보지 않은 립스틱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누군가에게 선물로 받은 게 대부분인데 선물을 준 사람이 생각나지 않는다. 화장대 서랍을 시작으로 집안에 있는 서랍을 모두 정리했다.

점점 정리의 폭이 어지면서 뭐든 쌓아 두기만 했던 창고방을 치우고 언젠가 내 집에 올 손님을 맞이할 게스트룸으로 단장해 두었다.

집을 치우면서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집안일에 열중하는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에서  2단계내려갔다.


지난 장마에 옥상 베란다에서 물이 새는 걸 발견했다. 가을 하늘이 청명한 요즘 방수공사를 하기가 적격이다.

기술자를 불러 옥상방수를 시작했다. 나흘간 보수를 마치면서 말끔해졌다.


또 뭐가 없을까, 화단에 잔디가 시들하다. 화원에 전화를 걸어 여쭤보니 가을에 잔디를 심는 게 뿌리내리기에 적합하다고 한다. 잔디를 뽑아내고 새로 깔았다.


내년 봄이면 내가 심은 잔디에 파란 싹이 돋을 것이다.

내년에 올여름처럼 비가 많이 내린다 해도 이제 우리 집은 비 샐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내년에 누군가 우리 집에 놀러 오면 나는 기꺼이 새로 단장한 게스트룸을 내어주며 하루 머물다 가라고 붙잡을 것이다.

내년에는 뭔가 희망이 보이지 않을까?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며 오늘을 견딘다.

지금 막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내려갔다는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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