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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희동 김작가 Nov 21. 2020

한 밤중에 코카콜라

속이 답답해

이럴 때 난 콜라를 마시지

뼈까지  녹인다는 콜라가

명치에 걸린 그깟 시래기 줄기쯤 못 녹여내겠어?


김장을 마치고 나면

우리 엄마는 허리가 아파서 드러누웠었는데

그 딸내미는

김장 후엔 으레 속이 아파 드러눕는다


의사 선생님

머리가 아파요

속도 답답하고요

위에 염증이 생겼군요

흰 죽을 드세요

술도 청량음료도 절대 먹으면 안 돼요


한밤중

냉장고 문을 열고 콜라를 찾는다.

이렇게 속이 답답할 땐.

트림 한번 시원하게 하면 뻥 뚫릴 텐데

그렇게 내 맘대로 할 거면서 병원은 왜 간 건지


여보 콜라가 없네...,.

파자마 위에 점퍼를 걸쳐 입은 남편이

저 아래 길가에 24시 슈퍼를 다녀오겠단다.


남편이

한밤중에 사 온 콜라

유리컵에 넘치게 따라서

얼큰하게 마신다.


트림 한 번으로

꽉막힌 속이 터지고

벌써 나은 것 같은 플라시보 효과


괜찮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주름진 눈

우리 나이엔

안고 뒹굴지 않아도

요런 걸 사랑이라고 하지


사랑은

한밤중에 사다 준 콜라처럼 

예전에 가슴에 담아 둔 답답했던 일따위

 한방에 날려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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