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답답해
이럴 때 난 콜라를 마시지
뼈까지 녹인다는 콜라가
명치에 걸린 그깟 시래기 줄기쯤 못 녹여내겠어?
김장을 마치고 나면
우리 엄마는 허리가 아파서 드러누웠었는데
그 딸내미는
김장 후엔 으레 속이 아파 드러눕는다
의사 선생님
머리가 아파요
속도 답답하고요
위에 염증이 생겼군요
흰 죽을 드세요
술도 청량음료도 절대 먹으면 안 돼요
한밤중
냉장고 문을 열고 콜라를 찾는다.
이렇게 속이 답답할 땐.
트림 한번 시원하게 하면 뻥 뚫릴 텐데
그렇게 내 맘대로 할 거면서 병원은 왜 간 건지
여보 콜라가 없네...,.
파자마 위에 점퍼를 걸쳐 입은 남편이
저 아래 길가에 24시 슈퍼를 다녀오겠단다.
남편이
한밤중에 사 온 콜라
유리컵에 넘치게 따라서
얼큰하게 마신다.
트림 한 번으로
꽉막힌 속이 터지고
벌써 나은 것 같은 플라시보 효과
괜찮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주름진 눈
우리 나이엔
껴안고 뒹굴지 않아도
요런 걸 사랑이라고 하지
그 사랑은
한밤중에 사다 준 콜라처럼
예전에 가슴에 담아 둔 답답했던 일따위
한방에 날려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