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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붉은 지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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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희동 김작가 Apr 12. 2021

보라해를 외친다

BTS오딧세이를읽고(서평)

합정역 교보문고에서 김송연 작가의 에세이집을 샀다.

'BTS 오디세이'

나무 산책이란 이름으로 만난 작가의 실명이 김송연이었구나 이름도 예쁘네라고 생각하며 첫 장을 넘겼다.


3년 전, 남편과 함께 40일간의 남프랑스의 여행을 다녀온 더욱 프랑스라는 나라가 고팠다. 

잠깐 동안 머물기에는 너무나 많은 것이 숨겨진 나라, 도처에 널린 예술과 문화의 흔적, 자연보다는 인간이 이루어 놓은 유산이 많은 나라, 그래서 다시 한번 더 긴 여행을 꿈꾸고 있었던 나라인 프랑스에 관하여 내 인식을 뒤집어 놓은 글을 만났다.


랑스에 살고 있는 김송연 작가가 프랑스의 민낯을 거침없이 쓴 글이었다. 그 글을 읽으며 과연 내가 본 것은 무엇이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겨우 40일간의 여행으로 전부를 알고 있는 듯한 나의 방종을 멈추게 하는 글이기도 했다.


그런 작가가 BTS에 관하여 누구보다 진한 찬사를 보낸다. 가려지고 묻힌 것들을 낱낱이 파헤치고

찾아내는 비범한 눈을 가진 작가가 BTS의 일곱 별에게는 너무나 후하다. 그것이 작가가 힘들고 외로울 때 다가와 준 선율때문이라는 걸 BTS오디세이에서 밝히고 있었다.


작가는 말한다. BTS 보유국의 국민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았다고...,

영어로 길을 물으면 프랑스어로 대답하는 자존심 높은 사람들이 코리아의 국민을 부러워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처럼 믿을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BTS는 단지 노래를 부른 것만이 아니라 이 시대에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미국의 한 라디오 진행자인 '드루'의 말을 인용해서 작가는 전한다.


2019년 6월, BTS의 콘서트가 파리에서 열리고 있을 때 나는 프로방스를 여행 중이었다.

방탄이 내뿜는 거대한 문화의 쓰나미가 이곳 남프랑스 외진 시골마을까지 휩쓸고 올 줄은 몰랐다.

고흐의 발자취를 찾아 아를에 갔을 때였다.

고흐가 그린 '밤의 카페테라스'의 배경이 된 곳이 지금은 '반 고흐 카페'라는 이름으로 성업 중이었다.

그곳에서 아미를 만났다. 아시아 인은 중국인과 일본인으로만 구분하는 줄 알았는데 그들은 달랐다.

우리 부부가 한국사람이었음을 한눈에 알아보고 자신들의 파티에 자연스럽게 우리를 합류시켰다. 그들은 떼창으로 'Fake Iove '라는 노래를 불렀다. BTS의 음악과 젊음과 함께 보낸 그 시간은 더 할 수 없는 행운이었고 여행의 좋은 추억이었다.

들은 우리가 방탄의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럼없이 아미화 다.

그때 그들이 부르는 떼창에 마음이 울컥했던 기억이 새롭다


작가는 떼창에 대하여도 언급했다. 콘서트장에서 떼창을 하는 문화는 한국 유일하다고 한다. BTS의 음악은 한국인의 신명이 깃들어 있다. 그들이 있는 공간은 제의를 하고 있는 신전처럼 폭발하는 감정으로 꽉 차있어서 그들을 바라보는 청중도 환희에 편입하여 복을 경험한다. 전 세계 음악팬들이 공유하는 떼창에 대하여 작가는 융의 말을 인용하여 누미노스 (Numinous) 현상 혹은 신적 체험이라고 이한다.

신바람이 많고 흥이 많은 한국인의 정신까지 닮아가고 있는  바람. 한류야 말로 신선한 변화의 바람이라고 할 수 있다.


자존심은 누군가 나를 앎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런 의미에서 BTS는 한국인에게 자존심을 실어 주었다.

아름다운 청년들 일곱 명은 아름다운 선율만 선물한 게 아니라 이 시대의 젊은 영혼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담겨주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다)

지금껏 여느 가수들과는 온전히 다른 레벨이라는 점. 그들이 들려주는 음악의 가사는 긍정적이면서 결코 힘주지 않고 말하는 철학이며 시라고 한다.

작가가 들려준 BTS의 음악 가사를 시를 읽듯이 암송했다. 확실히 누군가 말했듯이 법전을 읽는 듯한 준엄함과 동시에 여느 노래 가사와는 다른 철학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나는 또다시 질문을 하네

나는 누구인가

넌 절대로 너의 온도를 잃지 마.

따뜻히도 차갑게도 될 필요 없으니까

내가 되고 싶은 나, 사람들이 원하는 나,

네가 사랑하는 나, 또 내가 빚어내는 나.


BTS를 사랑하는 음악인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가사 속에 있는 나를 빚어낸다는 뜻을 안다면 그들은 얼마나 더 열광할까?


올봄, 나에게는 지금껏 그 어느 해보다 가장 잔인한 봄이었다. 사랑하는 나의 오빠를 멀리 떠나보내고 난 뒤 지독한 상실감으로 아파하였다. 어느 글귀로도 음악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며칠 전 잠을 자다가 꿈을 꾸었다. 내가 노래를 부르는 꿈이었다.

'따오기'라는 노래는 평소에 부르지 않았던 노래인데 내가 그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다음날에도 계속 그 노래가 귓전을 울렸다. 마음껏 슬퍼하는 것도 또 다른 신명이라고 했던가 실컷 슬퍼한 그날 이후로 마음이 조금 편안해 짐을 느꼈다.


'김송연 고통과 치유의 이야기'라는 부제에 눈이 갔다. 작가는 BTS의 음악을 통해 고통을 치유받았다고 한다.

고통을 나와 함께 살아가야 할 손님으로 여기는 순간 고통이 사라지더라는 그의 말, 혹은 BTS의 말이기도 하고 융의 말이기도 하다. 전부 나에게 들려주는 말이었다.  


나의 마음이 회복되기를 기다리느라 조금 더디게 읽은 책이지만 김송연 작가의 글을 완독하고 난 뒤 누군가를 사랑하려면 진솔한 앎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BTS와 비틀스(BTS)의 약자가 서로 닮은 것처럼 '앎'과 '아미'또한  융이 말한 동시성의 맥락과 닮았다. 그걸 발견하다니...,나에게도 아미의 자질이 숨어있나보다.


작가 김송연은 진정한 아미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BTS  l Purple You"

"방탄 보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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