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가슴이 설레이네요 우리 몸 안에 이런 세포가 있었군요. 먼 곳에서도 느껴지는 나를 향한 이끌림, 그 미묘한 울림만으로 온몸이 짜릿하고 가슴이 쿵쾅거리다니..., 심장아 날뛰지 마라, 작은 스침하나에도 흥분이 되더군요. 상대가 마음을 정할 때까지 적당히 기다려 주는 것도 미덕, 서툴게 굴다가는 도로 아미타불, 나를 향한 그의 마음이 바뀔 수도 있기에 떨림을 숨기고 느긋하게 기다려 줄 줄도 알아야 한답니다.
한번 떠나면 지금껏 기다린 시간보다 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지도, 아님 영원히 오지 않을지도 모르기에 적당히 밀당을 하라고 했건만 어디 그게 마음먹은 대로 되는 일이던가요?
멋모르고 서두르다가 나에게 다가온 첫 번째 인연을 허무하게 떠나보낸 실수는 다시는 하지 말아야겠기에 긴장을 늦출수가 없었답니다.
이별의 경험은 한 번이면 족하죠 오랜만에 다시 울림이 왔을 때는 조금 느긋해지더군요. 하지만 이미 나의 맥박 지수는 심하게 상승하였고 온 신경은 그의 몸짓 하나에 쏠려 있었지만 정작 모른 척 시치미를 떼고 있으려니까 그쪽에서 먼저 알은체를 하더군요, 상대의 성격이 꽤 급하시다는 걸 알았습니다.
나라고 왜 가슴이 두근대지 않았겠어요 첫 번째 실수를 두 번 겪지 않으려고 무던 애를 썼을 뿐이지요.
아! 이런 느낌이었군요 그의 몸에서 전해지는 에너지가 내 혈관을 타고 오는 느낌, 말초신경을 타고 온 몸으로 퍼지는..., 이런 걸 전율이라고 하는군요, 그는 꼼짝없이 나의 마수에 걸려들고 말았습니다,
드디어 우리가 만나야 할 시간입니다. 나는 이 날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그와 나 사이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겼을까요? 키는? 몸무게는? 궁금해서 미쳐버릴 것 같았습니다.
끝까지 침착하자
드디어 먼 곳에서 애타게 기다리던 그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는 무척이나 활기찼습니다. 거무스레한 피부, 도발할 것 같은 성난 등, 식탐 있어 보이는 커다란 입에서는 금방이라도 육두문자를 쏟아낼 듯 성깔 있어 보이지만 아무려면 어때요 그는 나에게 소중한 첫 경험을 안겨 준 럭키한 물고기랍니다. 거제도 앞바다에서 처음 만난 우리, 흥분하여 거침없이 들이대는 내 입맞춤을 거부하는 도도한 그의 이름은 우럭이라고 통성명을 합니다.
내 인생에 영원히 기념으로 남을 그날의 손맛들 입니다.
내 인생 처음의 낚시에 무려 일곱 마리 고기를 낚았습니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 앞 방파제는 꽤 살기 좋은 고기들의 안식처였던가 봅니다.
첫날에는 함께 간 오빠가 커다란 우럭을 잡고 둘째 날에는 남편이 장어를 낚았습니다.
마지막 날 오빠가 알려주는 대로 지렁이를 꿴 낚싯대를 바다에 던졌습니다.
이게 어찌 된 일인가요 두 분의 낚싯대는 조용하기만 한데 완전 초보인 내 낚싯대가 자꾸만 움찔거립니다. 제가 또 어복이 있는 사람인 줄 어찌 알았겠습니까. 고기를 한 마리도 못 잡은 남편은 자리 탓을 하더구먼요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의기양양하여 만선의 기쁨을 안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이게 웬일이랍니까 모 방송국의 예능프로인 '도시 어부'가 이렇게 재미있는 프로였던가요?
쓸데없이 호령하고 소리 지르는 이*규씨가 못마땅해서 채널을 돌렸더랬는데 아이구 이제는 그 양반 목소리 톤을 이해하겠더라고요
낚시가 이렇게 즐거운 줄 왜 여태 몰랐을 까요
늦게 배운 낚시지만 손 끝에 짜르르 울리던 그 미세한 손맛이 생각나서 언젠가 불현듯 낚싯대를 메고 이곳 거제도 앞바다를 다시 찾아오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