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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붉은 지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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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희동 김작가 Aug 14. 2021

땡초를어떻게 먹지?


저 여쭤볼 게 있어요 댁에서는 혀가 아릴 정도로 매운 땡초로 어떤 음식을 만들어 드시나요?

된장국에 넣으면 깔끔하지요, 아~김치나 호박전에 넣어도 알싸한 뒷 맛이 당기더라고요

그다음엔 장아찌를 만들어 먹나요? 아니면 냉동실에 몽땅 얼려놓고 두고두고 먹기도 하겠지요.


언젠서울 근교에서 농사를 짓는 지인이 땡초를 한가득 가져왔다.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되나..., 하고  막연했던 적이 있다. 매운 고추를  한꺼번에 요리하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할 수없이  작은 비닐봉지에 조금씩 담아서 모임에 나갈 때 가방에 담아 가서 친구들에게 나눠주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럴 염려가 없다. 땡초가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될 줄이야, 그래서 이 좋은 음식을 함께 나누려고 한다.


요즘 중국에서는 우리나라의  토속 음식인 닭백숙이 자기 나라 음식이라고 우기고 있다고 한다. 뭐든 우리 것은 지키고 기록해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땡초 조림을 이제야 알았지만 우리 어머니들은 그 이전부터 여름이면 많이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따뜻한 밥 위에 얹어서 먹기도 하고 맨 김에 밥과 함께 얹어서 먹으면 한 여름 잃었던 입맛이 되살아 난다.



땡초 조림 만드는 법

*먼저 깨끗이 씻은 땡초의 배를 가른 뒤 잘게 썬다.

(이때 손이 화끈거리니 다지기를 사용하거나 장갑을 끼시는 게 좋습니다)

* 양파와 마늘도 다져서 섞는다. (비율은 적당히)

* 멸치가루(멸치를 먼저 볶은 뒤에 갈면 비린내가 나지 않아요)와 들기름 액젓 진간장으로 버무린 뒤 약 간의 물을 부어 약한 불에서 무르게 푹 끓여주면 끝,

땡초는 끓이면 숨이 죽어서 양이 적어지니까 많다고 생각할 만큼 만드는 게 좋다.


나는 이 음식을 이번에 무주로 휴가를 가서야 알게 되었다. 시어머님께서 전수해 주셨다고 남편의 친구 부인이 만들어 온 것이다. 구운 삼겹살 위에 살짝 얹어 먹으니 삼겹살의 기름 맛이 사라지면서 깔끔하고 개운한 끝 맛이 일품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다지 맵지 않다는 것이다. 찌개나 전 등에 썰어 넣은 땡초라도 건져내고 먹는 내가 땡초만 조렸는데 맵지 않다고 느낀 것은 왜 일까?  땡초는 맵기만  한 게 아니라 품는 맛도 있는 것 같다. 들기름과 멸치가루가 아마 땡초의  야무진 성깔을 돌려놓은 것 같다.


올봄에 나는 여섯 그루의 고추를 심었다. 그중에 네 그루가 매운 땡초고추다. 어쩌다가 된장찌개를 끓일 때 빼고는 땡초를 따 먹을 일이 없어서 붉게 익을 때까지 바라보다가 그냥 말리곤 하였는데 이제는 땡초 조리법을 알았으니 많이 열리기만 바라야 겠다.


인터넷에 땡초조리법을 쳐 봤더니 그새 누군가가 벌써 올려놨다. 밥도둑 땡초라고 했던가..,

나만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한 발 늦었다. 누가 올렸든.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님들 한번 만들어 드시기 바랍니다.

옛날 우리 어머니들이 여름에 입맛을 잃은 가족들을 위해 땡초를 이용하여 이런 반찬을 만들어 냈다는 게 새삼  존경스럽습니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땡초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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