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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붉은 지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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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희동 김작가 Aug 25. 2021

재첩은 사랑받아 마땅하다.

재첩국 뽀얀 국물이 을 타고 흐른다. 아기들 손톱만한 재첩 안에 이렇게 시원하고 구수한 국물이 담겨있다니..., 섬진강 맑은 물을 먹고 자랐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한여름 더위를 이겨내려면 뜨거운 첩국 한 사발을 들이켜야 한다며 남편의 친구는 무풍에서 광양까지 두 시간을 운전하고 섬진강변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으로 우리 부부를 데려갔다.


뽀얀 국물에 잘게 썬 부추를 동동 띄운 재첩국이 나왔다. 이걸 먹으려고 두 시간씩이나? 반신반의하며  후루룩 국물을 마셨다.

처음 먹어 본 재첩국,

캬아...,  이 맛이구나, 아침 해장국으로 마시면 속이 확 풀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제야 먼길을 찾아 이곳까지 온 친구의 마음을 알았다. 어젯밤 남편은 과음을 했었다.

재첩국을 이고 새벽길 행상을 했다는 주인 할머니의 시린 이야기 때문이었을까? 펄펄 끓는 재첩국이 더욱더 시원하게 느껴졌다.


여수 여행 중에 짬을 내어  순천에 사는 동생을 만나러 갔다. 동생 함께 얼마 전에 남편 친구와 왔던 재첩국밥집을 찾아왔다. 새콤달콤한 재첩 무침과 구수하고 시원한 맛의 재첩국은 다시 먹어도 맛이 있다.


식사 후 섬진강변으로 드라이브를 나갔다. 강변에 피어있는 코스모스가 가을을 예고 하지만 아직은 햇빛이 따가운 늦여름이다.


강물 속에서 사람들이 재첩을 잡고 있다. 가슴팍까지 차오르는 물속에 들어가서 커다란 고무통을 띄어놓고 그곳에 잡은 재첩을 담아 놓는 것 같았다.

멀리서 바라보면 붉은 고무통이 마치 물 위에 떠있는 접시꽃처럼 보인다. 사람들은 거랭이라는 기구로 바닥긁어 모래를 털어내고 재첩 알갱이만 건져내고 있었다. 


물속에서 재첩을 잡는 일은 몹시 힘든 노동라고 한다. 이들은 물속에  점심 도시락을 먹기도 한다고 했다. 것은 멀리 있는 배 위로 돌아가는 시간조차 아끼기 위함이라고 하는데 내가 듣기로는 정해진 물때에 맞춰 재첩을 더 많이 잡으려는 치열한 삶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재첩을 잡는 사람들의 모습


깊은 강에서 재첩을 잡는 사람들과 달리 강가의 모래톱에서 맨손으로 재첩을 줍는 사람들이 보인다. 아마 예전에는 저런 모습으로 재첩을 채취했을 것이다.

강바닥을 훑는 것에 비하면 소득은 적지만 기구를 사용하여 깡그리 쓸어 잡는 것보다 먹을 만큼만, 아니면 이고 다니면서 팔 만큼만 잡는 것이 어쩌면 더 오래도록 재첩국을 상에 올릴 수 있는 방법일 수도 다. 

문득 내가 먹은 재첩국이 한꺼번에 거랭이로 쓸어 담은 게 아니라 저렇게 한 알 두 알 잡아 모은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에는 그럴 일이 없겠지만...,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다음 날부터 남쪽은 태풍의 영향을 받아 많은 비가 쏟아졌다고 .

작년에 섬진강에 큰 물이 었을 때 재첩들이 온통 물살에 쓸려나갔다는 말을 들었다. 태풍이 지나간 뒤에 재첩의 안부가 궁금했다. 거랭이도 사람의 손도 잘 피해서 겨우 살아남은 재첩들은 이번 태풍을 잘 견뎌냈을까?


나의 재첩에 대한 염려는 알량한 호기심이 아니라 관심이다. 그 작은 알갱이가 누군가의 학비가 되고 생계가 되고 또 누군가의 삶을 지탱해 주고 있는데 이만한 관심쯤은 당연한 것 아닌가?

재첩 알갱이보다 작은 관심도 모아지면 재첩국처럼 구수한 사랑이 될 것이다.


섬진강의 재첩은 죽어서가 아니라 살아서도 사랑을 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 든.



             섬진강변의 코스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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