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멀고도 험한 여행길이었다. 새벽 세시에 집을 나서서 강릉에 도착, 그곳에서 배를 타고 세 시간 여를 더 가야 하는 여행, 울릉도와 독도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버스 안에서 동해의 일출을 맞았다. 붉게 물든 하늘과 바다를 보며 환호성을 지르려다가 멀리서 하얗게 포말을 그리며 달려오는 파도를 보고 멈칫했다. 험한 뱃길이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1층과 2층 모두 손님으로 가득 채운 선실안은 롤러코스터장과 다를 게 없다. 커다란 배가 너울거리는 파도를 타고 넘을 때마다 여기저기서 우웩 거리는 고통의 신음소리가 들린다. 남편이 가르쳐 준 라마즈 호흡법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울렁증을 상승시킨다. 뱃전을 때리는 파도소리와 바쁘게 움직이는 직원들의 발소리 여기저기서 들리는 구토 소리, 눈은 감고 있지만 속수무책으로 들리는 이 소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리시버를 귀에 꽂고 마치 지옥에서 들리는 듯한 소리들을 차단했다.
사서 고생이라는 말이 맞다. 잔잔한 호수에 떠 있는 조각배만 바라보아도 울렁증을 일으키는 내가 무려 세 시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배를 타야 하는 여행을 결심한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하지만 어쩌랴, 가을 하늘은 맑고 해외여행길은 막혔으며 여행도 건강할 때하라는 말이 자꾸만 나를 부추기고 있는데..., 그보다는 언젠가는 하늘길이 열려서 비행기를 타고 가려던 울릉도와 독도 여행을 이제 더는 미루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오징어를 길게 꿰어서 널어 둔 항구에 발을 내딛자마자 다시 여행의 활력이 솟아났다. 해변가에 우뚝 솟아있는 기암절벽, 그 위에 핀 노란 털머위 꽃과 보라색 해국은 뱃멀미로 고통받은 나를 진정시켜주기에 충분했다.
조금 전의 뒤집힌 속을 가라앉혀 주는 건 의외로 구수한 오징어 굽는 냄새였다.
일 년에 겨우 70일만이 맑고 쾌청한 날이라는 울릉도 날씨,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란다. 어제의 성난 바다와 달리 오늘 아침 동해안의 물결은 잔잔하고 평화롭다.
독도로 향하는 뱃길은 순항 중이다. 감히 우리 땅을 넘보는 자는 용서할수 없다는 듯, 의기로 투합된 관광객들은 각자 준비한 태극기를 들고 있다.
독도 부근까지 간다고 해도 접안이 쉽지않아 배안에서 멀리 독도만 바라보고 오는 경우가 많다는데 우리를 실은 유람선은 독도에 살포시 우리 모두를 내려 주었다.
사진으로만 보던 독도, 그 실체를 눈앞에서 바라보려니 왠지 가슴이 뭉클했다. 특히 어린 학생들이 독도가 그려진 티셔쓰와 태극 마크가 수 놓인 머리띠를 하고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면서는 든든하고 뿌듯하기까지 했다.
나는 일본을 좋아한다. 깔끔한 음식과 단아한 집들과 아기자기한 상품이 구미에 맞다. 하지만 그들의 왜곡된 역사관과 정치인들의 무례한 태도는 누구보다도 싫어한다, 한 나라를 36년 간이나 무력으로 지배하고도 일말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 그들이 밉다.
오래전부터 일본 어부들은 울릉도와 독도를 대상으로 불법 수탈을 일삼았다. 이를 보고 참지 못한 안용복이 항거하자 그를 납치하였다. 하지만 안용복의 끈기 있는 독도사수로 인해 일본은 자국 어민들의 다케시마 도해 금지령이 내려진 돗토리번 답변서(1695년)를 보냈다. 이는 울릉도와 독도가 우리 땅임을 인정하는 중요한 문서다.
하지만 일본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문서들은 모두 숨기고 독도의 다양한 어종과 독도의 영역적 가치에 눈이 멀어 또 한 번 침탈의 야욕을 꿈꾸고 있다.
자신들의 교과서에 독도가 자기 땅이라는 거짓 내용을 싣는가 하면 독도 명칭을 그들의 말로 바꾼 '다케시마의 날'을 정하여 기념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것들은 역사가 흐른 뒤 독도가 자신의 영토임을 증명하기 위한 얄팍한 수단에 불과하다.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독도에 관한 글을 많이 읽었다. 하지만 애국심은 머리가 아닌 가슴이 해내는 일이다. 피를 나눈 형제는 아무리 오랜 세월 헤어져 있어도 서로 닮는다고 한다. 60여 년 만에 처음 보는 독도지만 불끈 솟은 바위섬의 위용은 든든하였고 먼길을 찾아 육지에서 온 사람들을 맞는 독도의 품은 너그럽고 다정하며 친근감이 들었다.
30분가량 독도의 땅을 밟아 보면서 절대로 누구에게도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각오를 새롭게 했다.
글을 쓰는 작가는 글로써, 노래하는 사람은 노래로써, 국방을 지키는 사람들은 굳건한 힘으로써, 우리 국민 모두가 지켜내야 하는 섬 독도,
지금 독도는 안녕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하나로 뭉쳐 지키고 있는 한 앞으로도 계속 안녕할 겁니다.
울릉도의 아름다운 경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