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마지막으로 글을 발행한 게 10월의 첫 주였고 잠깐 게으름을 피운 것 같은데 계절이 바뀌고 있다.
실은 마냥 게으름만 피우고 있었던 건 아니다. 간간히 브런치에 올린 작가님들의 글에 라이킷을 누르고 때론 댓글로 서로 소통도 하고 있었으니 브런치를 아주 멀리 한 건 아니었다. 그런데도 왠지 오랫동안 집을 비운듯한 느낌이 든다. 글 쓰기를 누르지 않고 그냥 지나치려 하면
"너무 오래 쉬지는 마세요"
누군가 자꾸만 채근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였다.
'연희동 김 작가'라는 필명으로 지난 4년 동안 꾸준히 글을 썼다. 그렇게 모아진 글이 260여 편, 수필집 세 권의 분량이다. 누구 말처럼 나 역시 뼛속 깊은 에세이스트인지라 내가 쓴 모든 글들은 온전히 내 삶의 진액이며 나의 분신이다.
누에가 실을 뽑듯 그렇게 술술 써지는 글이었으면 좋으련만 하나의 글이 완성되기까지 때론 고뇌하고 때론 나를 뒤돌아 보고 반성을 하며 날실과 씨실을 엮는다.
수필은 또 다른 나의 기도이기도 했다. 글로 털어 내고 나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혹은 상처가 다스려지기도 했다. 그런데 글이 써지지가 않는다.
내 감성을 누르고 있는 이 커다란 돌덩이는 뭘까? 짠지처럼 물기가 빠져버린 감성을 쥐어짜 보지만 억지로 쓰는 글이 제대로 전해질 리 없다. 쓰고 싶을 때 쓰자며 마음을 다스렸다.
공백기가 왔다.
어제 메일 하나가 도착했다.
'혹시 아프신 건 아니지요 걱정이 되어서요'
뜻밖의 문자를 받고 정신이 퍼뜩 들었다. 어디선가 내 글을 기다리고 있는 독자가 있었음을 잊고 있었다. 그제야 내 브런치를 둘러보았다.
내가 쉬고 있는 동안 다섯 명의 독자들이 떠나갔음을 알았다. 그럴 테지..., 그들에게 미안하다. 그리고
주인도 없는 빈 집에서 마냥 기다리고 있는 나의 독자들이 눈물 나게 고마웠다. 작가라는 이름 뒤에 책임감이 따른다는 것도 새삼 느꼈다.
그래서일까? 혼자서 무거운 돌을 들어내기 힘들어 전전긍긍했는데 누군가가 보이지 않는 힘을 보태주니 그 무게가 훨씬 가벼워짐을 느꼈다.
"고맙습니다 나의 독자님들"
언젠가 나의 브런치 북에 이름을 달면서 '벗을수록 따뜻한 산문집'이라는 제목을 단 적이 있다. 진솔하고 솔직한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독자들이 있어 나를 드러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자칫하면 해를 넘기게 될 뻔했던 공백 기간에 나를 일깨워 준 사람도 다름 아닌 나의 독자였다.
두 달여 만에 자판기 앞에 앉았다.
독자들에게 진 빚을 갚으려면 더는 게으름을 피우지 말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