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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붉은 지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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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희동 김작가 Mar 06. 2023

먹고 운동하고 사랑하라

우리는 애기들처럼 죽이 잘 맞는 친구다. 

"친구야 날씨가 풀렸네 공치러 가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연락을 하면 간식바구니를 채워 운동을 하러 간다.

젊은 시절부터 골프를 즐겨 쳤던  친구부부는 그보다 열 배 쉬운 파크골프를 자는 우리 부부의 유를 마다하지 않고 참 열심히도 가르쳐 주었다.

덕분에 우리 부부는 뒤늦게 배운 운동이지만 실력이 쑥쑥 늘었다.


부부가 서로 취미가 다르면 나이 들어 따로 놀게 된다. 친구도 마찬가지다. 서로 놀이 문화가 다르면 어울리지 못한다. 우리 두 부부는 함께 운동을 즐기 자주 필드 위를 걷고 있다.

덕분에 종아리에 근육이 생기고 운동을 다녀온 날이면 초저녁부터 잠에 곯아떨어진다.

우리 네 명중 누구 한 명이라도 아프면 안 돼요

서로 격려하며 오래오래 건강하살자고 약속했다.

같은 취미를 가지고 여생을 함께 할 친구가 있다는   행복이다.


근에 갑자기 불어난 파크 골프 인구에 비해 한강변 주변에 있는 골프장은 장소가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우리는 맛기행과 운동을 겸사한 국내 파크 골프여행을 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지방 소도시에는  규모가 크고 긴 라인을 지닌 파크골프장이 있는가 하면 잔디의 질이 좋아서 걷기에도 편한 골프공원을  많이 유치해 놓아서 서울을 조금만 벗어나면 힘껏 공을 날릴 수가 있다.


제주도에서  일주일을 머물면서 파크골프를 했다. 마침 방어축제 기간이어서 현지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방어회를 실컷 먹을 수 있었다.

겨울답지 않은 온화한 날씨에 청정한 공기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건강해지는 것 같았다.

한가롭게 풀을 뜯어먹고 있는 말들을 바라보며 운동을 하고 숙소로 돌아오면 주인아저씨에게 부탁해 둔 흑돼지구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원도 양양으로 운동을 하러 갔을 때는 마침 그날이 장날이었던 것 같다. 양양시장의 허름한 식당에서 먹은 장칼국수가 무척이나 얼큰했다. 새벽 운동을  한 후, 난생처음 먹어 본 물메기탕의 시원함이란, 부드러운 생선살은 씹을  사이도 없이 목덜미를 타고 넘어간다. 그 맛이 어찌나 개운하던지 나도 모르게  "캬" 하고 술꾼과도 같은 걸쭉한 소리가 나왔다.


맛의 도시 전주로 운동을 하러 갔을 때,  

전주근교 곶감으로 유명한 고산의 한 식당에서 먹은 육회 비빔밥은 일품이었다. 이곳은 곶감 말고도 한우로도 명성이 있다고 한다. 한우를 푸짐하게 넣어 버무려 주는 육회가 고소한 참기름 향과 함께 입안에서 녹는다.

날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였지만 이곳에서는 아무런 거부감 없이 밥을 비벼 먹었다. 뿐만 아니라 집에 돌아와서도 가끔 생각이 나는 음식이다.


양평의 들깨 수제비와 해장국, 속초의 메밀국수, 천의 민물매운탕과 김포의  황태구이도 운동 후 맛있게 먹은 음식이다.


친구와 함께 먹은 음식은 모두 소박한 그 지방의 토속음식들이다. 즐겁게 운동을 하고 난 뒤에 먹은 음식이라서 맛이 있었는지 아님 좋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먹어서  더 맛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잘 먹고 운동을 하면서 친구사이도 돈독해지고 나이 들면서 겉돌 수 있는 부부의 대화도 많아졌다.


내가 좋으니까 자연히 다른 사람들에게도 운동을 권유한다.


"에이, 그거 노인들이나 하는 운동 아니에요?"


열에 아홉은 이런 식으로 말한.


세상에 노인만을 위한 운동은 없다.  

운동화를 신고 공을 따라 걸으면 하루 만보쯤 거뜬하게 걷게 된다. 필드 위에는 노인과 젊은이로 나누지 않고 모두 건강한 사람들뿐이다.


파크골프는 코로나에게 발목이 잡혀 집 안에서만 지내고 있을 때 우리 부부를 밖으로 불러내 준 고마운 운동이다.


"친구야 이번엔 어디로 갈까"


봄이 되었으니 어디로든 떠나보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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