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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붉은 지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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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희동 김작가 Apr 25. 2023

아기 비둘기가 사라졌어요

요즘 새로 태어난 생명에 대하여 무한한 환희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별로 넓지 않은 뜰에서   생명이 태어나 자라고 있으니 이 지구에서는 날마다 새로 태어나는 생명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하지만 그만큼 사라지고 있는 생명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 집 뜰 안에서도 약육강식의 생태가 여실히 일어나고 있으니까요


저는 욕을 못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요즘 그에 마땅한 욕을 찾아내느라 골몰하고 있습니다.

나쁜 놈 정도로는 그 행위가 너무 악랄해서 지금 저는 미칠 지경입니다. 죄송합니다 놈인지 인지 아직 불분명하지만 지금 그깟 성별 논란을 할 때가 아니랍니다.


분명 제가 외출을 하기 전만 해도 우리 집 으름나무 비둘기 둥지에는 아기 비둘기 두 마리가 서로 몸을 의지하고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엄마 아빠는 하루에 두어 번 아기들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더군요

자식이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는 말이 소소한 행복인 것처럼  비둘기가족도 참 행복해  보였습니다. 동일시라고 던가요? 나 역시 내 아이들이 내가 만들어주는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바라볼 때가 가장  행복했으니까요,  

"밥은 먹고 다니니?"

독립하여 집을 떠난 아들에게 전화를 할 때면 으레 건네는 첫인사가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입니다. 요즘처럼 먹을 게 넘쳐나는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말이라는 걸 저도 압니다. 엄마에게 밥이란 자식이 자라는 힘의 원천. 내 손으로 지어 먹일 때의 행복입니다. 또한 네가 보고 싶으니 집에 한번 다녀가라는 속뜻을 지닌 엄마들만의 언어이기도 합니다.


이런,  이야기가 비약했군요.

우리 집 비둘기 둥지에서 아기 비둘기 한 마리가 사라졌습니다.

비둘기 부부가 사이좋게 만든 둥지에서 두 개의 알을 낳고 두 마리 새끼들이 부화했을 때 짝이라는 말이 얼마나 든든하고 행복한 말인지 느꼈습니다. 외로움과 쓸쓸함 고독은 혼자일 때 가능한 단어입니다.

그런데 지금 아기 비둘기는 혼자입니다.

아침나절에 분명 두 마리인 걸 확인했으니 둥지 아래로 떨어졌다면 아직 살아 있을 겁니다. 둥지 아래 찔레꽃을 들춰가며 찾느라 가시에 손등이 긁히는 줄도 몰랐습니다.

그렇다면 야생 고양이 짓일까요? 그러기에는 범행장소가 너무나  말짱합니다. 아무리 날렵한  고양이라고 해도 동지아래로 으름나무잎 정도는 떨어져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기 비둘기는 반항 한 번하지 못하고 당한 게 분명합니다.


범인은 자신이 저지른 범행장소에 꼭 다시 들른다고  하지요, 놈입니다. 며칠 전 우리 집 울안을 기웃거리다가 떠난  놈이 다시 왔습니다  이젠 제법 대범하게 전깃줄이 아닌 비둘기둥지에서 두 어 발짝 떨어진 향나무 위에 앉아 무거운 몸을 가누지 못하고 나뭇가지 위에서 그네를 타고 있습니다.


분명 저 녀석일 겁니다. 급한 김에 화분 위에 얹어 둔 조약돌을 집어 놈을 향해서 힘껏 날렸습니다.

푸르륵 날아가는 놈을 바라보며 도둑놈... 이라며 욕을 퍼 주었습니다.

나는 이제 까마귀라고 쓰고 도둑놈이라고 읽을 것입니다.


오늘 아침, 엄마 비둘기가 아기를 습니다. 비둘기의 머리가 360도로 돌아가는 걸 오늘 처음 봤습니다. 비둘기도 나처럼 어딘가에  아기비둘기가 떨어져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구석구석 틈틈이 아다닙니다.

나는 이제 바둘기의 언어 두 가지를 완전히 구별하게 되었습니다.

남편과 아내가 서로 교대하기 위해 신호하는 울음소리와 자식을 잃은 엄마의 울음소리가 다르다는 걸 알았습니다.  슬픔을 꾹 참을 때 가슴 저 깊은 속에서 터져 나오는 소리, 사람들의 그 울음처럼 비둘기는 그렇게  꾹 꾹 울었습니다.


뜰 한편에 기다란 바지랑대 한 개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이제 남아있는

기비둘기가 창공을  항해서 날아갈  때까지 내가 지켜 주겠습니다.


지금은  혼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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