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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붉은 지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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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희동 김작가 Apr 23. 2023

아기 비둘기의 탄생

서울하늘에서  제비가 사라진 지 오래지만 음력 삼월 삼짇날이 되면  나는 무심코 하늘을 바라본다.

제비는 아니지만 오늘 아침 우리 집 처마아래 둥지에서 비둘기 두 마리가 태어났다. 그동안 밤낮으로 알을 품고 있던  어미 비둘기온기로 새끼가 부화한 것이다.


지금껏 공원이나 도시 한 복판에서 내가 본 비둘기들은 모두 다 크기가 고만고만하였다. 비둘기도 분명 작은 새끼 비둘기 시절이 있었을 텐데 왜 지금껏 새끼 비둘기를 보지 못했던 걸까? 다른 새들과는 달리 비둘기는 성장속도가 빨라서 사람들이 기 비둘기를 볼 수 있는 확률이 적다고 한다.


산후조리도 하지 못한 채 그새  먹이를 사냥하러 나갔는지 잠시 어미가 둥우리를 비운동안 살짝 둥지를 들여다보았다.

갓 태어난 새끼비둘기는 새라기보다는 쥐의 털빛을 하고 있었다. 크기도 제법 병아리만 하다. 벌써 또랑또랑한 눈망울을 굴리며 나의 침입이 제 어미인 줄 알았는지 까만 주둥이가 서로 맞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아무튼 내 집에서 새 생명이 탄생하였으니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다.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켰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대단한 선물이다.


비둘기가 내 집에 둥지를 틀면서 미물의 자식사랑에 대해 겸허한 마음이 생겼다. 거의 삼 주 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알을 품고 있는 비둘기를 보면서 모성의 지극한 사랑에 감동하였을 뿐만 아니라

함부로 미워하고 헤치는 일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도 알았다.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소중하다는 말을 실감하게 한 비둘기가족은 나에게 또 다른 사랑을 움트게 하였다.


오늘 아침에는 전에 보지 못 한 커다란 까마귀 한 마리가 전깃줄에 앉아있다. 문득 아기 비둘기를 지켜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까마귀가 멀리 날아갈 때까지 눈을 떼지 않고 바라보고 있었다.


자연 속에서 사는 생물에게 인간의 과한 사랑은 오히려 해가 된다고 한다. 먹이를 주면

사냥의 습관이 사라지고 날개의 근육이 퇴화된다는 글을 읽은 뒤로 산후 고기 미역국도 챙겨주지 못했다. 대신 먹이를 구하러 나간 엄마대신 아기들을 지켜주기로 한다.


비둘기가 둥지를 튼 이후로 친구들과의 대화 속에서도 비둘기의 안부가 빠지지 않았다. 내가 조금 유난을 떨었나 보다. 그도 그럴 것이 산란 전 봄 암게가 맛이 좋다고 한 친구의 말을 듣는 순간 아직도 울 안 으름나무 넝쿨에서 꼼짝하지 않고 알을 품고 있는 비둘기가 생각났다. 알을 품고 있는 게는 잡지말아야 하는거 아니냐고 했더니 그럴 거면 아예 자연 지킴이로 나서라며 놀리는 친구도 있었다.

어쨌거나 내가 변한 건 사실이다.

어미 비둘기가 알을 품고 있는 삼 주 동안 먹은 게 없어서 인지 분비물도 전혀 없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보니 둥우리 아래 하얀 비둘기의 분비물이 떨어져 있다.

이깟거 치우면 되지 뭐...


이제 음력 삼월 삼짇날이 되면 나는 오늘 태어난 아기 비둘기와 그 가족의 안부를 생각하게 것이다.



#  이 글을 올리고 난 뒤 비둘기의 부화와 이소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 보았다.

내가 오늘 본 비둘기는 부화된지 열흘 쯤 되는 아기  비둘기였다. 놀랍게도 처음 부화되었을 때는 노랑 털을 지녔고 저렇게 검은 털로 변하기까지 일주일 넘게 걸린다는 걸 알았다. 더 놀라운  건 막 알에서 부화된 새끼 비둘기는 엄마 젖을 먹고 자라는포유조류라는 것이다. 어미의 입 안쪽에서 피죤밀크가 분비된다고 한다. 오늘은 포유까지 마치고 엄마가 둥우리를 떠난 날, 삼월 삼짇날이다.

어쨌거나 는 그날을 기억 할 것이다



 아기 비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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