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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붉은 지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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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희동 김작가 Sep 10. 2023

채송화꽃이 예뻐 보일 때

채송화 세 줄기를 얻어왔다. 서울근교에 있는 장어구이집  화단에 다양한 색깔의 채송화 꽃이 무리 지어 피어있었다. 식사 후 주인께 부탁했더니 많이 가져가면 나중에 귀찮아질 거라며 빨강 노랑 흰색으로 각각 한 줄기씩 꺾어주었다.


얻어온 채송화 줄기를 잘라서 색깔대로 화분에 심어놓은 게 열흘쯤 전이었는데 그새  작은 토분에 가득 채송화가 뿌리를 내리고 금세 꽃망울이 맺혔다. 겹꽃으로 몽실몽실 피어있는 꽃송이가 무척이나 사랑스러워 아침이면 제일 먼저 찾아가 인사를 나눈다.


꽃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아마 봉숭아와 더불어 채송화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채송화는 국민꽃이라고 해도 될 만큼 우리에게 친근한 꽃이다. 마치 허물없는 여동생 같은 꽃이라고나 할까?


실은 꽃을 좋아하는 나도 지금껏 뜰안에 채송화를 들인 적이 없다. 채송화는 까다롭게 굴지 않는 품종이라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지만 왠지 어린 시절 즐겨 부르던 동요처럼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나 어울릴 것 같은 수더분한 꽃이라고 생각했다.


채송화에게 그랬던 것처럼 요즘 동안 나에게서 소외당한 것에게 자주 눈길이 . 나이 드는 게 자랑은 아니지만 나이란 게 사람을 조금은 진솔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겉모습 보다 내면을 바라보게 되고 편견에 가려 무심했던 것에 대하여 다시 생각하게 한다. 보이지 않는 것의 깊이라던가 누군가의 아픔을 가늠하게 한다.


하루의 시작을 행복하게 해 주는 채송화 역시 전에는 눈길도 주지 않던 꽃이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거실 앞 눈에 띄는 곳에 두고 오며 가며  바라본다. 볼수록 예쁘다. 빨강, 노랑, 하양, 원초적인 본연의 색깔이 좋다. 누가 주든 말든 꾸준히 피고 지는 꽃송이의 무궁함도 좋다. 저항 없이 톡 부러지는 연한 줄기안에 어디서나 뿌리를 내리는 강인함이 존재한다는 건 존경심 마저 불러일으킨다.


지금껏 몰랐던 것을 이제야 알게 되는 게 많다. 채송화가 심어져 있는 곳은 정원의 센터가 아닌 가장자리에서 변두리를 꾸며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과 키 크고 화려한 꽃에 비해 작고 연약하지만 무리 지어 외롭지 않게 살아가는 것도 지금에야 보였다. 관심을 가지게 되니 비로소 보이게 된다.


들판에 핀 노란 쑥부정이가 꽃으로 보이고 화단 가상이의 채송화가 예뻐 보일 때, 나도 점점 익어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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