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았다

by 연희동 김작가

'수법'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일하는 수단과 방법'이라는 뜻이다. 우리말에 '수법'이라는 단어가 붙여지면 대부분 부정적인 문장이 된다. 신종수법. 사기수법. 상투적 수법 ,

요즘에는 이런 수법들이 난무하는 세상이 되었다. 밖으로 나돌아 다니지 않고 가만히 집에만 있어도 수법에 걸려들고 당하게 되니 나만 조심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최근에는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자주 온다. 전화뿐 아니라 문자도 수시로 온다. 그럴땐 전화를 받지 않는 게 최선이지만 남편이 병윈에 입원한 뒤로는 대부분 벨이 울리면 받는 편이다.


오늘 온 전화는 한 편의 코미디였다. 예전에도 한번 똑같은 수법으로 걸려온 적이 있는 전화였기 때문이다.


몇 달 전, 보이스피팅으로 짐작되는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자신은 **은행에 근무하는 아무개 과장이라고 자기소개를 했다. 용건은 '김광수'라는 사람이 내 이름으로 된 통장으로 돈을 인출하려고 하는데 너무 큰돈이라서 확인차원에서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우선 나는 **은행과 거래한 적이 없기에 안심은 했으나 이게 바로 소위 말하는 보이스 피싱이라는 걸 알고는 겁이 났다. 순간 가슴이 떨리고 당황해서 내 쪽에서 먼저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런데 오늘 똑같은 내용의 전화를 다시 받은 것이다 하지만 두 번째 전화를 받았을 때는 나도 여유가 생겼다.


내 통장으로 돈을 찾으려고 한다는 사람의 이름이 '김광수'라는 것까지 똑같은 걸로 봐서 아마 그쪽 역시 누군가 적어준 대로 대본을 읽는 것 같았다. 가상의 이름인데 바꾸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는 것부터 어리숙했다..


"전에 내 통장을 가지고 왔다던 그분이 또 오셨어요?"


"네? 네~~ 제가 전화를 걸었던가요?"


이번에는 저쪽에서 당황하며 전화를 먼저 끊었다.


살아있는 시체라는 좀비는 인간을 물어뜯고 물어뜯긴 인간은 좀비가 퍼트린 바이러스로 인해 자신도 좀비가 된다. 공포나 재난 영화등 대중매체의 콘텐츠로만 알았던 좀비가 현대의 복잡한 사회에 형태를 바꿔 스며들고 있는 것 같다. 내 주변에 보이스피싱으로 큰돈을 잃고 우울증에 빠진 사람을 본 적이 있다. 좀비에게 당한 것이다.


최근 들어 이런 전화나 문자가 급격히 많아졌다

며칠 전에 걸려온 전화는 자신이 우체국 직원이라고 했다. 신청한 삼성카드가 도착할 예정이니 몇 시쯤 집에 계실 거냐고 묻는다. 나는 카드를 신청한 적이 없기에 전화를 잘못 걸으신 것 같다고 정중하게 말했다. 그런데 상대는 끈질겼다. 내 이름과 주소까지 밝히며 맞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신상이 털린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수법도 다양해졌다. 모르는 전화번호로 문자가 왔다. 내가 쓰레기 분리를 안 하고 배출해서 벌금을 내야 한다니... 이의사항이 있으면 연락을 해 달라며 친절하게 메일주소까지 남겼다.

언제부터 우리나라가 벌금고지를 문자로 했던가, 우유팩은 씻어서 말리고 병뚜껑은 따로 떼어서 조목조목 분리하는 나에게 그 따위 문자는 놀랍지도 않다. 다만 찝찝한 기분만은 어쩔 수 없었다.

'엄마 제 전화가 바뀌었으니 메시지 보면 바로 전화 주세요'라는 웃지 못할 문자도 있다. 마치 아무 곳에나 덫을 놓고 누구든 걸려들기만

바라고 있는 것 같다.


문명의 이기는 사용자에 따라 편리함이 될 수도 불편함이 될 수도 있다. 스마트폰이 우리 곁에 없을 때는 불편하기는 했지만 불안하지는 않았다.

스마트폰과 잠시만 떨어져 지내보면 어떤 일이 생길까? 정작 폰과 멀어진 본인보다 주변에 가까운 사람들이 더 답답해할 것이다. 그야말로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격이니 내가 조심하고 사는 수밖에 없다. 검사도 경찰도 당했다는데 나 같은 사람 속이기는 일도 없다.


최근에는 브런치에도 좀비가 등장한 것 같다. 글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이메일을 요구하는 댓글문자가 뜬다. 혹시나 순수함을 왜곡하고 있는 건 아닌지 알고리즘을 타고 들어가 보니 나뿐만 아니라 많은 작가들의 글에도 똑같은 문장으로 보낸 댓글이 있었다. 다행히 브런치에서 발견하여 '규제된 회원'이 되었지만 세상이 하 수상하니 조심할 수밖에 없다.


정신바짝 차리고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