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들어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제대 말기 병장 계급을 단 병사의 심정이 이럴까, 지루하기만 한 하루, 사실 글을 쓰고 싶을 만큼의 기력도 여력도 없지만 글이라도 쓰지 않으면 시간을 조각내어 세고 있을 것 같아서 글을 쓴다.
"하루 세 번 항생제 주사만 맞으시면 됩니다. 단 병원에 3주는 입원을 하셔야 해요"
그렇지 않으신 분도 계시지만 대부분 의사 선생님들에게는 환자에게 절망도 희망도 주지 않는 그들만의 특별한 언어가 있다.
내가 입원한 세브** 병원에서 우리 집은 지척인데 3주씩이나.. 통원치료가 안 되는 이유를 묻자 항생제에 대한 부작용을 살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게 나는 여행하듯 간단하게 책 몇 권을 실은 캐리어를 끌고 입원을 했다.
병원에서 환자복으로 환복을 하고 팔에 링거가 꽂히는 순간 나는 환자가 되어 버렸다.
밖은 펄펄 끓는 열도인데 이곳은 얼마나 시원한가,
세끼 밥은 일류 영양사가 작성한 대로 몸에 맞는 영양식이 차려질 것이고 지정된 내 침대 위에서 먹고 자고...
심심하면 넓은 라운지를 산책하고 준비해 온 아이패드로 지루하지 않은 미드나 몇 편 골라보면 그깟 3주쯤 금방 지나가겠지, 머릿속으로 마인드컨트롤을 하며 병원생활을 시작했다
푸식 쉬쉬 시르르르......
원대한 내 계획에 바람이 빠지는 소리다. 4인실로 배정받은 내 침대가 놓인 곳은 출입문 바로 옆,
새로 들어온 신입환자에게는 누구도 관심을 가져 주지 않는다. 침실 바로 앞이 화장실인데 어쩌나 참 부산스럽겠구나라고 걱정했던 것은 나의 우려였다. 나를 제외한 세 명의 환자들은 모두 소변줄을 찬 중증 환자였고 그들의 간병인은 모두 그의 남편들이었으니 내 침실보다 넓은 화장실은 오롯이 나 혼자만의 독실이 되었다.
첫 번째 항생제를 꽂았다. 나보다 내 혈관이 놀랐나 보다. 혈압이 상승하며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이게 전부면 좋았을 걸... 갑자기 오심과 구토가 생겼다. 묵은 김치 하나만 있으면 밥을 물에 말아서 얹어 먹고 볶아서 먹고 찌개를 끓여 먹고 다른 반찬에 눈길 주지 않고 잘도 먹었었는데 이게 웬일이람, 저녁식사로 들여온 반찬 중에 김치냄새가 가장 역하였다. 마치 입덧을 하는 것처럼 비위가 거슬렸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내내 나는 단식투쟁, 아니 단식 치료 중이다. 링거대 위에는 하나, 둘, 약물이 늘어나고 그나마 바나나와 약간의 죽 그리고 균형 영양식으로 연명 중이다. 이게 바로 항생제 부작용이라는 건가 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하루하루 적응이 되고 있다는 것,
앞 침대에서 하루에 두 번 호흡기 약물세척을 위해 가동하는 기계소리 소음에도 조금씩 익숙해지고 옆 침대 환자의 부부싸움 소리, 각각의 간이침대에서 세 남자들이 트리오로 골아대는 코골이와 이 가는 소리와 곧 숨이 넘어갈 것만 같은 무호흡증에도 거의 익숙해져가고 있다. 그러나 수면 시간의 시차만은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고 있다. 입원실은 밤 아홉 시만 되면 소등을 하는데 평생 아홉 시에 잠을 자본 적이 없는 나는 오롯이 누워서 세 남자가 들려주는 코골이를 서라운드로 들어줘야 한다.
이런 고통쯤은 수년간 내 몸 안에서 기생했던 세균들을 저 세상으로 보내는 애도라고나 하자
다만 해 질 녘이면 서쪽으로 난 창문 사이로 멀리 보이는 내 집의 삼각지붕 꼭대기가 나를 노스탤지어에 젖게 하는데 그게 문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