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잘 있어. '자~알'이라는 말은 너희의 곁에서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나에 대하여 너희들이 상상하는 것보다는 괜찮다는 뜻이야. 한낮의 기온이 36도에 임박한 날. 축 늘어진 너희를 두고 와서 인지 다시 시작된 장마가 오히려 고마웠어,
샌프란시스코 앞바다에 있는 알카트라즈(Alcatraz)라는 섬에 감옥이 있었지. 섬의 이름을 그대로 따서 붙인 알카트라즈 감옥은 유일하게 탈옥이 불가능한 감옥이기도 해. 아마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일거야 그런데 왜 갑자기 감옥이야기를 하냐고?
오래전, 샌프란시스코에 갔을 때 지금은 관광지가 된 알카트라즈 섬에 간 적이 있어. 선착장에서 크루즈를 타고 15분쯤 지난 뒤에 섬에 내렸지. 나는 황량한 그 섬에서 너무나 아름다운 광경을 보았어. 노을에 물든 샌프란시스코의 정경, 곧이어
노을이 사라지면서 하나 둘 도시에 불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어. 그 순간 나는 이 감옥이 왜 그토록 악명 높은 곳이었는지 알게 되었지. 당장
누릴 수 없는 것, 그리움의 대상이 바로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야. 그건 아마 고문이었을 거야
지금 나는 해 질 녘이면 이곳 창가에서 고문을 당하는 느낌을 받곤 해. 내 팔 엔 수갑이 아닌 링거가 매달려있고 나는 수의가 아닌 환자복을 입고 있어 그리고 갈 수 없는 내 집의 지붕을 매일 바라보고 있지. 아스라이 너희가 보임 직도 해,
이른 아침, 내 기지개를 기꺼이 받아주던 나의 나무들아, 너희가 주는 신선하고 청량한 맑음을 온몸으로 들이키면 그제야 내 몸의 세포들이 잠을 깨곤 했어,
올해는 으름이 딱 열여섯 알 열려있었지? 하나쯤 동그란 잎 속에 숨어버리면 기어코 찾아내기 위해 열심히 숨바꼭질을 했던 우리들의 게임,
실은 나 혼자서 스스로 잠을 깨어 본 적이 없어. 우리 집 주목나무는 새들의 조회장소, 새벽부터 떼 지어 찾아오는 물까지. 박새. 참새. 산비둘기, 이젠 까마귀도 함께 오더라. 너희의 소란스러운 모닝콜이 그립구나.
어쩌지? 썬룸 안에서 답답하게 숨을 쉬고 있을 꽃들아. 나는 너희들이 가장 걱정돼, 유리창 밖으로 흘러내리는 빗물을 보며 너희들은 더 목이 마려울 거야, 아들에게 단단히 당부는 해두었지만 살갑지 않더라도 조금만 참아 주길바래,
아. 텃밭의 고추도 많이 붉었겠구나. 아침마다 식탁을 풍성하게 해 준 바질도 웃자라 있고 제풀에 익어버린 토마토는 궂은 장맛비에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 버렸을 거야, 괜찮아 올여름엔 너희를 키워 준 흙에게 달콤함을 양보할게
나의 구피들아, 매일 아침이면 어항 위로 뿌려주는 밥을 먹으려고 쪼르르 모여들어 봉긋거리던
귀여운 주둥이가 보고 싶구나, 동물의 입을 말 할 때 주둥이라고 해야 한다는 걸 나는 알겠더라 우리가 '주둥'이라고 발음할 때 그대로의 입모양이거든
우리들의 찰나가 찍힌 사진 속에는 푸름과 맑음 밝음이 그대로 담겨있구나 지금 나는 그동안 너희들이 나에게 준 생기로 버티고 있는지도 몰라
비가 그친 뒤 하늘은 노을을 더 근사하게 만들어내는구나. 창밖으로 진분홍 노을이 지고 있어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나간 걸 감사하는 시간이야
우리들 만남의 날이 오늘 하루만큼 짧아진 것도 감사할 일이지
사랑하는 나의 꽃, 나의 나무, 나의 물고기들아 이제 곧 잠자리에 들 시간이야 내일도 우리 잘 견뎌보기로 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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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리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