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직업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
힘들었던 지난 시간 동안 남편의 손과 발이 되어 주었던 간병인 아저씨가 오늘 계약기간을 마치고 우리 곁을 떠났다.
그동안 환자와 도우미사이가 아닌 어느덧 가족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간병인 아저씨와의 헤어짐이 무척이나 아쉬웠지만 언제까지 함께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어쩔 수 없다.
간병인이라는 직업이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남편처럼 의사전달은 물론 수족을 쓸 수 없는 환자를 돌보는 일은 그 수고가 다른 이의 몇 배의 노고를 원한다. 그래서 우리는 남편의 간호를 간병인에게만 전담하지 않고 온 가족이 함께 하였다. 그래서였을까, 아이들도 나도 간병의 어려움을 알기에 아저씨에 대한 고마움이 더 크다.
육체의 병은 의사가 고치지만 마음의 병은 곁에서 도움을 주는 가족과 간병인이 고쳐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어떤 환자보다도 마음고생이 심했던 남편이 밝은 모습을 갖게 된 것은 곁에서 늘 살갑게 대해 준 간병인 아저씨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시대가 바뀌고 환경이 바뀌면서 다양한 직업군이 새로 생겨났다. 간병인이란 직종도 그중 하나다. 예전에는 간호사들이 하던 일을 지금은 거의 간병인이 하고 있다. 환자의 가래를 뽑는 일(석션)을 간병인이 하는 걸 보면 의료인이나 별 다름이 없다. 하루에도 수십 번의 석션을 하며 간병을 해 준 아저씨 덕분에 남편은 더 빨리 호전되어 무사히 목관을 제거하고 다시 살이 차올라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남편을 간호하는 간병인 아저씨를 곁에서 바라보며 직업의 귀천은 타인이 아닌 자기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는 걸 느꼈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도 힘든 일은 대부분 외국인들이 도맡아 하고 있다. 간병인들도 거의가 외국인들이다. 이방인에 대한 텃세기 아니라 남편처럼 눈으로 대화를 해야 하는 환자에게는 아무래도 우리의 정서를 잘 이해하는 한국인 간병인이 더 유리하다. 하지만 이처럼 까다로운 조건에 맞는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어렵게 연이 닿아 지금까지 남편을 보살펴 준 아저씨는 멀리 대구에서 온 경상도 사나이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간병의 노역도 다르겠지만 당시 남편은 간병인으로서는 최고로 힘든 중한 환자였다. 그럼에도 묵묵히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해냈다. 환자 주변의 청결을 유지하는 건 기본이고 환자의 변화를 낱낱이 기록하여 간호원에게 전달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남편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환자와 간병인사이에
믿음이 싹트면 빠른 회복의 좋은 징조가 된다.
아저씨는 그렇게 8개월 동안 남편의 간병을 도와주었다. 비록 경제적인 이유로 택한 직업이지만 돈의 가치를 떠나 자신이 해야 할 몫을 다하는 모습이 보였다. 남편의 상태가 조금이라도 진전되면 누구보다 더 기뻐하는 마음은 자연히 우리 가족에게도 통해서 아이들 역시 간병인 아저씨를 믿고 의지하였다.
아무리 극한 직업이라도 자신이 선택한 일에 최선을 다하면 누구에게나 인정을 받으며 그 직업의 가치 또한 높아지기 마련이다
아저씨가 정성을 다해 일하는 모습을 다른 병실에서 바라본 환자의 가족 한분이 우리와 계약이 끝난 다음엔 자신의 환자를 간병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아저씨는 우리와는 헤어졌지만 같은 병원에서 자주 얼굴을 볼 수가 있어 다행이었다.
소외된 직업일수록 대중들에게 많이 노출되어 있다. 직업인으로서 스스로 자신의 가치관을 올리는 일은 시간만큼의 일이 아니라 주어진 시간에 얼마만큼의 정성을 들이느냐에 따라 간과된다. 그런 사람은 어디에서나 눈에 띄게 된다
세상에는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많지만 보람 있는 일도 많다. 자신이 맡은 일에 충실하고 열심히 일하면 누구에게나 인정받게 되며 그 직업에 대한 가치도 높아진다.
간병인 아저씨와 가족처럼 지낸 지난 8개월 동안이 우리에게는 관계회복의 기간이기도 했다.
남편은 간병인 아저씨에게 자신의 매니저라고 했고 유난히 정이 많은 딸아이는 처음부터 선생님이라는 존칭어를 썼다.
기나긴 병원생활을 지탱할 수 있게 해 준 아저씨의 노고에 감사하며 만나면 헤어지고 떠난이는 반드시 되돌아온다는 '회자정리, 거자필반'의 이치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