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날들이었다.

by 연희동 김작가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밤, 누군가는 친구와 어울리고 누군가는 가족과 함께 오붓하게, 또 누군가는 연인과 함께, 누군가는 조용히 혼자서 술잔을 기울이며 나름의 송별식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일찍 잠든 남편의 숨소리를 곁에서 들으며 유난히 힘들었던 지난날들을 떠올린다.


올 한 해는 어쩌면 내 인생에서 윤달과도 같은 해였다. 지우고 싶은 해,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변화된 날들 안에 새로움이 싹트는 해이기도 했다.


소중함과 감사함은 힘듦을 겪은 후에 알게 된 선물 같은 것이다.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힘든 일을 겪는다. 나는 아니겠지라고 하는 건 오만이다.

평탄했던 일상이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었다. 평소에 건강했던 남편이 갑자기 쓰러지고 사계절을

대학병원의 입원실에서 맞았다.

암흑과도 같았던 기나긴 겨울을 보내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날에 남편의 굳은 몸에 신경이 되살아 나기 시작했. 여름과 가을, 다시 겨울이 오는 동안 우린 희망이란 걸 보았고 남편은 두 발로 우뚝 서서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생각해 보면 지난 한 해 동안 웃으며 즐거웠던 날보다 두려움에 가슴 떨린 날들이 더 많았지만 소중하지 않은 하루가 없었고 남편의 소소한 움직임 하나에 탄성과 응원을 보내며 그 의지에 감사한 날들이 많았다.


'지나간 날들은 모두가 다 아름다웠다'라고 노래한 시인이 있다. 사람들은 과거에 대해서는 유난히 유해진다. 비록 지치고 힘든 시간이었다 해도 과거라는 시제는 오늘을 만드는 자양분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밤이 지나면 지난 해가. 되어버리는 오늘,

먼 훗날 내가 상기하는 2025년은 어떻게 기억될까?

힘듦을 이겨 냈기에 더욱 강해질 수 있었고 진심으로 위로받고 도움을 받았으니 나 또한 누군가에게 진실한 사람이 되어 있다면...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2025년이었지만 참 좋은 날들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뒷모습을 보이고 떠나는 묵은해에게 마지막 인사를 해야 할 시간이다


"참 고마웠어 "


남편의 고른 숨소리를 들으며 나는 2025년에게 무한히 감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