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친구들

by 연희동 김작가


남편은 하루도 쉬지 않고 열심히 운동을 한다

재활운동이라는 게 치료사의 도움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노력과 의지가 있어야 한다. 더구나 목적의식을 가지고 운동을 하면 반드시 성과가 뒤따르기도 한다.


남편에게 새해 소망을 묻자' 친구들과 만나기'라고 했다.

"올해에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까?"라고 했을 때 나는 당연히 만날 수 있을 거라고 호언했지만 속마음은 희망을 갖고 의지를 굽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컸다.


어쩌다가 지독한 병과 맞닥뜨린 남편은 기적처럼 병을 이겨냈고 지금은 후유증으로 굳어진 근육을 풀고 되살아난 신경을 움직이게 하는 재활치료를 통해 많이 호전되었다. 어디에서나 열심한 사람들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있는가 보다. 치료사들 사이에서도 남편은 호감형 환자라고 했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남편의 새해 소망이 이루어지는 날이기 때문이다.


남편이 이처럼 들떠있는 모습을 오랜만에 본다. 며칠 전부터 날씨를 검색하고 친구들과 서로 연락을 취하는 모습이 아프기 전과 다를 게 없다.


남편에게는 오랜 친구들이 있다. 고등학교 동창생인 여섯 명의 친구들은 전국 각지에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지만 일 년에 두 번, 새해가 되면 신년회를 하고 여름휴가를 함께 보내며 지금껏 우정을 나누고 있다. 특히 이 모임은 부부가 함께 만나는 모임이기도 하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남편은 침상에서 꼼짝 못 하고 누워있는 상 환자였다. 그런데 오늘은 비록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지만 스스로 걸어서 친구들을 만나러 갈 수 있을 만큼 회복이 되었다. 꿈만 같은 첫 외출이다.


실은 오늘의 외출을 가장 설레어하는 사람은 나 일지도 모른다. 건강했던 남편이 갑자기 쓰러졌을 때 부부동반 외출이라는 말이 다시는 주어지지 않을 줄 알았기 때문이다


까까머리 소년들로 만나 머리 하얀 칠순의 노인이 되기까지 수많은 히스토리가 있다. 젊은 시절, 어린아이들과 함께 휴가를 갈 때면 전쟁을 치르는 듯 부산했지만 자녀들이 성장하고 난 지금은 부부들만이 오붓하게 참석하는 동창모임이다.


만남의 장소인 온양의 ** 호텔 라운지에는 친구들이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남편을 만나는 순간은 달에 첫발을 내디딘 우주인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환호하며 서로 부둥켜 앉았다.


언제나 묵묵하게 남의 말을 경청하기만 하던 남편도 오늘만은 많이 웃고 많이 말하고 가장 많이 즐거워한다.

그렇게 웃고 떠드는 모습 속에 남편이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남편의 등을 토닥이며 연신 고맙다고 말하는 친구들은 아직 술을 마시면 안 되는 남편을 위해 자신들도 이번 모임에서는 반주조차 하지 않기로 했단다. 작년 여름휴가는 부러 백두산으로 정하고 웅장한 천지 앞에서 남편이 빨리 회복되기를 기원했던 친구들이다.


남편의 친구모임이지만 오랜 세월을 함께하면서 부인들끼리도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 갑작스러운 남편의 소식에 남 일이 아닌 듯 걱정하며 위로해 주는 친구들, 남편들의 인연으로 만났지만 친자매와 같은 사이가 되었다.


친구라는 존재는 신이 주신 선물이다. 나이 들어서는 더욱 그 선물이 고맙게 느껴진다. 어쩌면 남편은 친구들이 전해주는 응원에 힘입어 지금 저렇게 웃고 있는지도 모른다.


서로 격려하고 의지하며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인생의 동반자들, 이들은 영원한 한 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