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모르는 세계에 이미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는 것
아빠 목뼈가 자라고 있다고 했다. 식도를 누른다고 한다. 의사는 무서운 이야기를 하고 아빠는 겁도 먹고 나이 듦에 기도 죽은 듯하다. 경추 전방 골극으로 인한 식도 압박. 생전 처음 보는 단어들의 조합. 프로락틴에 대해 처음 알았던 것처럼. 있는 줄도 모르던 것. 내가 모르는 세계. 가보면 이미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심각하거나 위급한 것은 아니지만 목이라는 위치가 어려운 위치긴 하다. 나는 검색 끝에 이 분야의 권위자라는 명의에게 진료를 예약했다. 서울 세브란스, 권위자, 명의 이런 단어가 아빠를 조금은 안심시킨 듯하다. 다행이다. 맥주 한잔하며 아빠의 불안을 나눴다.
카페에 종종 오던 한 여자 손님이 있다. 큰 벤츠 suv를 타는 스타일리시한 아기 엄마. 잘 웃고 활달한 분이었지만 아이 케어를 너무 안 해서 나중엔 힘들었던. 아주 오랜만에 오셨는데 두건을 쓰고 계셨다. 여전히 활달하고 스타일리시했다. 주문할 때 가까이서 보니 살이 많이 빠져있었다. 제가 몸이 안 좋아서 그런데 혹시 저는 안 시켜도 될까요? 조용히 있을 게요! 항암 치료를 하는 중 같았다.
엄마 아빠 딸 손님이 왔다. 엄마는 다방 레지처럼 화려했다. 나이에 맞지 않는 차림새와 화려해서 초라한 인상과 달리 매너 있는 분이었다. 딸은 이십 대 후반쯤. 눈빛이나 목청, 말하는 타이밍이 아파 보였다. 배만 볼록 나와 있었다. 팥빙수가 나오자 혼자 와구와구 먹었다. 엄마, 나 55kg 되면 퇴원시켜 줄 거지? 응? 엄마와 아빠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딸은 마트에 가자고 바디워시를 사달라고 했다. 부모가 면회를 와서 외출을 나온 것 같았다. 딸은 간헐적으로 말하고 엄마 아빠는 핸드폰을 했다. 어서 딸을 병원에 반납하고 싶어 보였다. 그들이 나쁜 사람 같진 않았다. 지치겠지. 아무도 안 보면 어디 두고 달아나고 싶을까?
삶이란 뭘까 싶었던 어제의 세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