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로 칼바람을 맞서다

장애인 엄마의 하루하루

by 수국

날씨가 참 춥지요 어떻게 지내세요?

“오늘은 유난히 더 추운 것 같네요.”

추운데 바깥에서 힘들죠.

“요즘 며칠은 더 춥네요.”

손 녹일 불이라도 있습니까?

“불 있어요.”

어떤 불이죠 따뜻합니까?

“촛불 있어요.”


바깥에서 촛불로 겨울을 난다는 건 듣는 게 처음이라 이해가 안 된다. 가스불도 아니고 연탄불도 아니고 석유 불도 아니고 촛불로 노점에서 뼛속까지 아려오는 이 추위를 아침부터 저녁까지 버티고 이겨낸다니 더 궁금하다. 촛불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고 궁금해서 또 물었다.

“촛불을 깡통에 담아서 씁니다.”

“그것도 바람이 불면 따뜻하지도 않아요.”

오죽하겠습니까!


불 땐 방도 아니고 점포 안도 아니고 칼바람이 온몸을 찌르는 길거리 노점에서 채소 조금 놓고 앉아서 찾아 올 손님을 기다리니 하루 얼마 벌이나 될까요. 요즘 모두 다들 어렵다고 난린데 장사는 좀 됩니까?

“사람들이 김장하고 나니 나오지도 않고 장사도 안 되고 날씨는 춥고 그러네요.”

“오늘도 무섭게 춥던데 그렇다고 안 나올 수도 없고 앞으로 계속 추울 텐데 새벽에 나와야 하니 걱정입니다.”

설 명절은 곧 다가오고 장사가 잘 되어야 할 텐데요. “그러게 말입니다.”

“설 대목 장사라도 하려면 장사 밑천 몇십만 원이라도 만들어야 하는데 어찌 될는지 모르겠네요.”


서로 인사를 하고 돌아섰지만 마음이 쓰리다. 따뜻한 방에 가만히 있어도 무릎이 시리다고 무릎에서 찬 바람 나온다고 끙끙거릴 칠순 넘은 연세에 주어진 삶의 짐이 너무나 무겁고 힘든 어머니다.

힘들다고 엄살 한번 부릴 수도 없는 상황이니 안타깝다. 위로는 연로하신 시어머니 아래로는 지적장애 딸을 두었으니 집안일 하나 거들어 줄 손도 없다. 바쁘면 바쁜 대로 설거지나 청소도 그대로 널브러져 있을 것이다. 싫다고 뿌리 칠 수도 없고 죽어도 살아야 할 운명 같은 삶이다.


홀로 감당하기엔 차가운 요즘 날씨만큼이나 춥고 힘든 며느리와 어머니 역할이다. 그래도 주어진 삶에 충실하게 책임을 다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그 모습이 고맙다. 모두 다 살기 힘들다고 경제가 어렵다고 움츠리고 있는 이 시대에 가난한 사람 살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명절은 코앞에 다가 오지만 힘든 삶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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