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아닌 물이 되어라
며칠이 걸려 기억해 낸 “상선약수(上善若水)” 는 내 별명이다. 이 단어가 왜 그렇게 기억나지 않았을까. 내 별명이라며 지어주신 어르신 이미지는 다 기억해 내면서 상선약수를 기억해내지 못하다니.
고상한 별명을 지어주신 어르신은 아는 지식도 많고 젊잖은 어르신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인생길에 참고할만한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신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치매환자다.
어느 날은 별명 이야기를 하다가 저를 별명으로 부른다면 뭐라고 부르겠냐고 여쭸다.
한참을 고심하며 생각하다가 “상선약수” 다.
무슨 의미로 상선약수라고 하는 거예요?
“한마디로 말하면 물과 같다.”는 것이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고 장애물이 부딪치면 돌아서 가고 선하고 겸손하다. 뭐 그런 뜻이지. ”
엄청 깊은 뜻이 담긴 좋은 말을 내 별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과분하지만 좋게 봐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그러고 보니 본명과 별명 둘 다 물과 연관되어 있다. 참 이상하게 일치되는 듯 별명 치고는 무겁고 부담스럽다. 그냥 별명일 뿐이야 하기엔 과한 별명을 받아 들고 선한 영향력으로 더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란 뜻인가 보다.
“상선약수”의 선한 이미지와는 다르게 때로는 태풍처럼 거칠어지기도 하고 자신을 잘 다스리지 못할 때가 더 많다. 갑자기 잊었던 별명은 왜 기억해내고 싶었을까. “상선약수”
의미와 뜻을 한 번 더 되새겨 보면서 상선약수 같던 그 어르신을 떠 올려 본다. 때때로 회오리바람처럼 휘몰아치는 내적 갈등을 잠재우려 의미 있는 별명이라도 기억해 보려는 것이다. 자신을 한번 더 돌아보는 기회로 삼으며 물처럼 살자.
내 별명은 '상선약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