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으로도 당당하다
늘어난 것은 뱃살이요
저축된 것은 내장지방뿐이다
산에 가는 것 어떠냐고
약한 무릎에게 물어본다
된다 안된다 대답도 없다
긍정도 부정도 결단하지 못할 땐
무슨 결정이든 따르겠다는 말이지
오랜만에 뒷산을 오르기로 한다
짧은 거리에도 숨이 차 끙끙거린다
약수터 생수 한잔 마시고는
숲 속 친구들의 이야기가 궁금해
벤치에 앉아 주변을 돌아본다
신선한 공기가 먼저 다가와
들숨 날숨 긴 호흡을 요구한다
푸른 잎 사이로 빨간 얼굴을 내민
동백꽃과 인사를 나누고
개나리 진달래도
한들거리며 다가와 안부를 묻는다
보라색 제비꽃은 작은 소리로 부른다
이름 모를 풀꽃들도 할 말이 많은 모양이다
그중에 또 하나 눈길을 멈추게 한
어린 소나무
한 뼘도 안 되는 몸으로
활짝 핀 솔방울을 껴안은 모습이
천상 엄마다
힘에 벅찬 아이를 껴안고
뒤로 넘어질 듯한
그 매력에 자꾸만 빠져든다
그 옆에 턱을 괘고 앉아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너도 소나무냐?
나도 소나무다
너도 엄마냐?
나도 엄마다
너의 존재를 알리는 그 당당함
그 모습이 너무 좋아
솔방울이 맺힐 정도면 한두해 살이는 아닐 텐데
키는 왜 그렇게도 작아?
작아도 당찬 소나무 너를 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거목들로 우거진 숲 속에서 환경을 탓하지 않고
품에 안은 새끼를 지키며 당당하게 서 있는
키 작은 소나무
너와의 첫 만남 소중한 만남을 위해
약수터까지 자주 와야겠구나
후들거리는 다리 너도 다 알아 들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