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새끼를 키우고 있었어

식물에게 배운다

by 수국

참 오랜만에 창가에 올려진 화분들을 돌아본다

겨우내 건조 주의보 속에서 싹을 키워 온 고구마

가느다란 두 줄기 싹이라도 푸르게 자라길 바랐다

노릿노릿한 잎새를 보며 차라리 정리나 하자

미련 없이 줄기를 확 잡아당겼다


그런데 이 일을 어쩌나

새빨간 애기 고구마 두 개가 달랑달랑

여린 뿌리의 밝고 고운 색을 보니

차마 매정하게 던져 버릴 수가 없다

너도 힘들게 새끼를 키우고 있었구나

애정이라곤 하루살이 똥만큼도 없는

나 자신이 부끄럽다


영양가도 없는 좁은 화분 속에서

쌍둥이 형제를 키운다는 건

신기하고 놀랍다 여린 뿌리와 줄기로

새끼를 품느라 얼마나 힘들었니

어미로 산다는 건 사람이나 식물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견디다 힘들어 노랗게 말라가는 너를

우악스럽게 뽑았던 부끄러운 내 모습을

흙속에 확 묻어 버리고 싶다


새빨간 고구마 다시 화분에 심어주며

뿌리에 흙을 꼭꼭 덮어 주었다

물을 주며 강한 생명력에 감탄한다

생명이란 정말 신비하고 아름다운 것

작은 것도 소중히 사랑할 수 있게

깊은 깨달음을 준 고구마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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