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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국 May 07. 2024

아! 테스형 얘가 왜 이래

꼬마대장이 왕이다(24개월)

얘는 흥이란 없는 아이 같아 웃는 모습을 볼 수가 없어 어쩌면 이렇게 감정변화가 없는 아이일까. 첫돌이 지나기까지도 무덤덤이었다. 얼굴은 갸름하고 야리야리 예쁜 여아가 분명한데 생김새와 다르게 뚝심이 대단한 아이인가. 무딘 감정을 걱정하며 때를 기다렸다. 한참 기다림의 시간이 지난 후 동요에 손끝이 까딱이고 어깨가 살짝살짝 흔들리며 리듬을 탄다.


두 돌이 되니 신나는 트로트 노랫가락에 시큰둥하면서도 약간은 흔들린다. 그러다가 신나면 일어나 양손을 흔들며 온몸을 뒤뚱거린다. 이때다 싶어서 ’ 지니야 테스 형‘ 틀어줘 테스형을 불렀다.

“네 들려드릴게요.” 지니는 친절하게 테스형을 불러왔다. 그 사이에 손녀는 벌써 장난감 놀이로 돌아 앉았다. 장난감에 집중하는 이 아이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 테스 형에게 아이의 음악성과 감성 테스트를 맡겨본다.


“어쩌다가 한바탕 턱 빠지게 웃는다”

“그리고는 아픔을 그 웃음에 묻는다”……


음악이 흘러나와도 장난감 놀이에만 열심이고 별 반응이 없다. 역시 이 아이에겐 유명가수의 목소리도 테스형도 별 감동 없구나. 그때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짧고 강한 테스형 소리에 반응을 보인다.


테스 형에 걸려 우리 꼬마 대장 슬며시 일어나 양팔을 흔들고 배 춤을 춘다. 의외의 흥이다. 숨은 끼를 맘껏 발산하라고 박수, 박수, 잘한다, 잘한다. 어른이 호들갑을 떨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얼굴에 웃음 한가득 ‘꺅꺅’ 소리를 내며 흥이 오른다. 오늘 선보인 배 춤은 새로운 이변이다.


꼬마 대장 신이 나서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모두 일으켜 세워서 막춤 한판을 벌이게 한다. 아무도 거부할 수 없다. 우리는 꼬마 대장에게 모두 순종하고 일어나 테스형과 함께 춤판이 벌어졌다. 머리가 백발인 할아버지, 건장한 아빠, 예쁘고 날씬한 엄마, 할머니도 일어나 '하하 호호' 제멋대로 몸을 흔든다.


꼬마의 명령에 따라 온 식구가 막춤을 추고 있으니 그 분위기에 신이 난 아이는 폴짝폴짝 뛰면서 꺅꺅 소리는 더 커진다.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막바지에 테스형이 여러 번 반복되니 저 아이가 무덤덤하던 아이가 맞나? 싶게 감성팡팡이다.


우리 집의 제일 대장은 두 살 꼬마가 왕이다. 신명 나는 막춤 한판으로 하루의 피로를 풀며 ‘하하하 허허허’ 한바탕 크게 웃는다. 아이고 힘들어. 아이가 없으면 이런 분위기 꿈도 못 꾸지. 어른들끼리 맹송맹송한 마음으로 될 일이 아니다. 아이 때문에 웃고 아이 때문에 가정의 분위기가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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