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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국 May 14. 2024

합비야 머니 머니

말이 늦은 아이(26개월)

두 돌이 지나도록 생존을 위한 단어 엄마, 아빠, 맘마, 아야 외에 뚜렷하게 하는 말이 없었던 아이다.

이십육 개월이 되었을 때 “합비야”란 새로운 단어를 말한다. 낯선 단어 합비야의 의미가 뭘까.


할아버지는 가까이 오지도 말라고 손사래 치며 거부하던 아이가 할아버지를 바라보며 합비야라 불렀다. 손녀의 관심 밖이었던 할아버지는 합비야라 부르며 관심을 보이는 손녀의 맑은 눈망울을 보며 기분이 좋아 어쩔 줄 모른다. 말이 늦어 걱정했는데 새로운 단어 한마디에 이제는 말문이 트이는 걸까. 무슨 말을 하려나 모두 아이의 입을 바라보며 기대가 크다.


한 달쯤 후에는 "머니머니"를 수없이 불렀다. 어느 날은 “압-버지 업-머니‘라고도 부른다. 엄마 아빠를 아버지 어머니로 불렀을까. 안 듣던 단어가 하나씩 들리니 변화를 기대한다.


”머니머니를 노래하듯 연습하더니 핫머니를 부르기 위한 전주곡이었다. 이상한 말로 혀를 굴리며 말을 하려 애쓰는 모습에 아이와 눈을 맞추며 할머니 해 봐. 했더니 또렷하진 않지만 “핫머니”라 불렀다. 말 한마디 배우기가 이렇게 어려웠던가.   

  

할머니란 말을 하더니 수없이 할머니를 찾았다. 필요하면 "어어" 손짓하며 옷을 잡아당기더니 이제는 핫머니라 부르며 손을 잡아끌었다. 머니머니가 할머니를 부르기 위한 전주였다는 걸 모두가 인정하게 되면서 한바탕 웃었다. 오랜 시간 함께하는 할머니를 제일 마지막으로 불렀지만 가장 많이 부르는 단어가 핫머니다.


말하려 애쓰니 짧은 단어부터 연습시켜 본다. 언니, 언니 해 봐. 언니는 쉽게 따라 한다. 언니를 따라 해 보더니 자기를 가리키며 늘 “안니, 안니 안니”라는 말을 쉬지 않고 반복한다. 그러다 언니가 둘 있는 집에 놀러 가서는 언니를 수없이 부르며 잘 놀았다고 한다.


안니를 말하면서부터는 모두에게 자기는 안니다. 힘주어 강조하느라 "안니 안니" 어둔한 말이지만 예쁘고 귀엽다. 말문이 확 트이면 할머니는 그것도 모르느냐고 구박할까 봐 겁나기도 하지만 문장으로 말하며 빨리 언어소통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          


하루일과가 끝나고 헤어질 시간 현관 앞에서 내일 봐. 서로 인사하며 눈을 맞추는 순간 아이는 자기 입을 탁 치며 “아아”한다. 아차 할머니 마스크, 마스크를 쓰며 ‘이뿐이 고마워’ 하니 그 쪼꼬미 손으로 할머니 엉덩이를 툭툭 치며 인사를 꾸뻑한다.


잘했다고 엉덩이 토닥여 주는 손녀의 격려를 받으며 할머니는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래서 어린 손주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고 하나보다. 어린아이가 할머니 할아버지 기분을 들었다 놨다  맘대로 굴린다. 지구 끝까지 굴려도 괜찮아. 너를 보며 가족 모두 웃을 수 있어서 기분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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