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되었던 이야기 한 자락

서로의 마음을 잘 알 수 있다면

by 수국

1. “뚝배기로 뒤통수 한 방 쳐버리고 싶다”


내 생각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뒤돌아 보면 벌써 10년 전 이야기가 되었다. 옛정서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도심은 빠르게 빌딩 숲으로 변해갔다. 그중에 옛 주택들이 정겹게 모여 있는 동네에서 소박한 한식당을 만날 수 있었다. 그곳은 중년 부부가 날마다 점심 식사를 위해 정성껏 음식을 준비하고 완벽하게 준비가 되었을 때 가게의 잠긴 문을 열어 손님을 맞이하는 곳이었다.


점심때가 지나면 손님을 받지 않았다. 고지식한 한식당 사장님은 고객을 왕으로 대접하기 위해 꿋꿋하게 지켜가는 그들만의 철칙이 있었다. 아무리 급해도 어설픈 상차림이란 용납되지 않았고 그곳은 때가 안되거나 넘어도 문은 열리지 않는 곳이었으니 때를 잘 맞춰서 가야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부부는 자존심을 걸고 음식을 차려 내기에 한번 온 손님은 입에 착착 감기는 그 맛에 또다시 이 집을 찾게 되고 대부분 단골고객이 되었다. 가족 같은 분위기에 정이 오고 가는 그런 밥집이었다. 이들 부부를 보면 누가 봐도 여사장님이 요리를 더 잘할 것 같은데 남 사장님은 자기가 다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니 도대체 어느 분이 요리사인지 감잡을 수가 없었다. 두 분이 다 막상막하라 두 분을 다 사장님과 요리사로 인정하는 것이 좋을 듯했다.


누가 요리를 더 잘하던 두 분의 합작품인 음식은 완벽하게 잘 나왔으니 주변 직장인들에겐 행복한 점심, 집밥을 먹을 수 있는 귀한 곳이었다. 누가 봐도 이 두 분은 손발이 척척 잘 맞는 부부로 인정. 음식 간을 딱딱 잘 맞추듯이 두 분 사이도 새콤달콤 단짠단짠 착착 잘 맞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여사장님은 답답한 나머지 이야기 끝에 속내를 드러내며 어떤 때는 억장이 무너져서 “뚝배기로 뒤통수 한 방 쳐버리고 싶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말하는 바람에 한바탕 웃기는 했지만 얼마나 속이 뒤집어졌으면 저런 말이 술술 나올까!


그 말이 어찌나 공감이 되던지. 내 속이 더 시원한 건 또 무슨 의미. 속 시원한 사이다 한잔 마신 것처럼 묵은 체증이 내려간듯한 시원함이었다. “저 남자는 별종이라서 맞추기 쉽지 않다.”라고 한숨을 푹 내뱉었다. 그 말에도 공감 공감!


“자기가 다 한 것처럼 세상 잘 난 척 하지만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옆에서 받쳐주는 숨은 공로자 내 공은 없다”며 여사장님은 점심시간이 끝나고 뒷마무리가 어느 정도 되고 나면 이참 저 참 받은 열기, 화기를 빼려면 사우나에 가서 무념무상 땀을 한바탕 빼고 와야 다음 일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언제나 앞머리 뽕을 살려 빗어 넘긴 여사장의 얌전한 그 이미지만큼이나 정갈한 음식은 환상적이었다.


남편들이여 뒤통수의 안전을 위해 자나 깨나 뚝배기 조심! 여심에 불 지르지 말고 불은 가스레인지에서 활활!




2. “민들레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세요”


최용훈 작가님의 글을 읽다가 “민들레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세요” 이 한 줄 글에 마음과 생각이 멈춰 버렸다. 잔디밭에 민들레가 나던 크로바가 나던 크로바 닮은 이름 모를 풀, 노랑꽃은 예쁘지만 무섭게 번지는 그 풀이 나던 까마중이 나던 곰보배추가 나던, 고들빼기가 나던 씀바귀가 나던 강아지풀이 나던 이름 모를 어떤 잡초가 나도 다 용납이 되는데, 나의 정원에 가장 오래 묵은 민들레 한 뿌리.


이 민들레를 사랑하지 못하고 끙끙거리는

내게 "민들레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세요."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한 줄 글.


예쁜 꽃은 안 피워도 용서가 되지만 죽어도 싫다고 그 한 가지만은 자제해 달라고 간절히 원했고 지금도 원하지만 곧 죽어도 그것만은 놓칠 수 없다며 팽팽이 부여잡고 있으니 뿌리째 확 뽑아 저 멀리 담장 밖으로 내던져 버릴 수도 없고 얄미운 이 민들레를 야들야들 새로 피어난 민들레도 아닌 묵은 둥치 이 민들레를 그래도 사랑하라고 하는 한 줄 글 앞에서 내 속을 들여다본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세월을 “내 탓이요 내 탓이요” 얼마나 마음을 비우려 애를 썼는데 그래도 저녁노을처럼 붉게 타오르는 저 민들레를 쳐다보면 불쑥불쑥 뒤틀리며 쏟아지는 쓴 뿌리의 그 맛으론 아직도 저 민들레를 흠뻑 사랑할 수 없으니 아무래도 병 중에 큰 병이 걸렸나 보다.


잔디를 사랑하듯 나의 정원에 미운털 박힌 이 민들레를 사랑하는 그날까지 "민들레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세요" 그 말을 시시때때로 떠올리며 자신을 다듬어 가야 할 것 같다. 민들레 너는 끝까지 고개 들고 뻣뻣하게 살겠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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