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밤이 두렵다

님 그리워 우는 걸까

by 수국

“겨울밤에는 부엉이 우는소리에 잠이 들고 봄밤에는 개구리 우는소리 자장가 삼아 잠을 잔다”는 친구의 그 말은 여름밤 풀벌레 소리는 배경음악이요 수많은 발놀림으로 스르륵 다리를 타고 오르는 밤의 불청객 지네의 출몰에도 호들갑 떨지 않고 의연할 수 있어야 된다는 건가

모기가 귓가에 앵앵거리는 것쯤은 애교로 봐주며 배부른 모기 한 마리로 양손 바닥이 붉은 피로 물들어도 누구 피를 더 빨아먹었네 열 올릴 필요 없다는 그 말.


시골에 살려면 사람은 산나물이나 미나리를 뜯어먹고 살듯이 모기나 거머리는 또 사람 피를 빨아먹기도 하고 그렇게 서로 먹고 먹히며 살아가는 거라고.


“예전에는 다리에 거머리 여러 마리 붙어 피를 빨아먹는지도 모르고 열심히 일했다” 는 그 말.

“거머리 뚝 뚝 떼어 버리고 별일 아닌 듯 쓱싹 문지르며 자연스럽게 살았다”는 그 말도 순순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친구의 일상 속 경험담이다.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지네와의 만남. 친한 척 찰싹 달라붙은 거머리, 혀를 날름거리는 뱀이 날 잡아먹을 듯 눈알 반짝이며 꼬나보고 있다면 어우 생각만 해도 모두 다 징그럽고 무섭다.


개울가에서 뜯어 온 초벌 미나리에 새까만 거머리 한 마리 대가리 쳐들고 나불거리던 그 모습에 미나리 내던지며 기겁하는 나를 보고 하는 말이었다. 미나리 생재래기의 꿈은 사라지고 삶은 미나리 무침도 물 건너갔다. 말로만 들었던 거머리 그 작은 몸놀림에 맛있게 먹어보겠다고 야심 차게 뜯었던 돌미나리도 까만 거머리의 그 움직임을 생각하면 어느 틈에 또 숨어 있을지 도저히 그 미나리를 먹을 수가 없었다.


미나리를 좋아하지만 입안에 거머리가 달라붙을 것 같은 상상 속 두려움까지 동원해서 염려하느라 먹고도 껄적지근한 것보다 차라리 포기하는 것이 더 편했다.


그러다 보니 냇가에는 거머리 무서워 못 가겠고 풀 숲에는 뱀 나올까 무섭고 어디 맘 놓고 갈 곳이 없다. 간이 콩알만 한 겁쟁이

확 트인 논둑길 위에서나 걸어야 될까 보다.

시골에 살려면 개구리 소리 자장가 삼아라는데 낮에는 들리지 않던 개울물 소리까지 합세하여 밤이 되니 개구리들은 더 크게 목청을 높이고 그 사이사이 고음으로 장단 맞추는 옆집 닭울음소리도 한몫한다. 건너편 발바리의 신경질적인 개소리까지 제각각인 그 소리들을 자장가로 받기엔 참 적응되지 않는 밤이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우두커니 창가에 앉았다. 낮에 유모차 앞세워 지나다니던 할머니들도 경운기 몰고 밭에 가던 이웃집 아저씨들도 드문드문 지나다니던 자동차들도 다 발길을 멈춘 조용한 시골길. 그 길가엔 우뚝 솟은 쌍둥이 가로등만이 밤을 밝히려 눈을 부릅뜨고 있을 뿐. 가로등 불빛 따라 돌고 또 돌고 공중돌기로 불빛 축제를 즐기는 불나방들만이 이 밤의 주인공 들인가 보다.


도심에서 흔한 “애애앵 이용 이용 빠라빠라 빠 라라” 이런 소리는 안 들어서 좋지만 사람 그림자라곤 볼 수 없는 적막함마저 감도는 이 긴 밤을 주체할 수 없어 적응 못한 한 영혼은 불면의 밤이 될까 지겹다 못해 두렵다.

시골의 밤은 왜 이렇게 더 빨리 오는 걸까! 한밤 같은 이 시간이 아직 밤 열시도 안되었다니 고된 노동을 했어야 이 밤이 달콤한 밤이고 시간이 짧다고 했을 텐데. 남은 에너지 덕분에 쓸데없는 고민을 하며 멍 때리고 있나 보다.


“아침에 우는 새는 배가 고파 울고요”

“저녁에 우는 새는 님이 그리워 운다.”는데 이 밤을 깨우며 우는 저 개구리들 소리, 옆집 닭 우는 소리, 개 짖는 소리 모두 다 님 그리워 우는 걸까! 님 찾아 길 떠나는 개울물 소리까지.

모두 모두 그리운 님을 만나 다 조용히 잠들었으면 좋겠다. 겨울밤에 운다는 부엉이는 겨울에만 우는 걸까? 별것이 다 궁금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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