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국 Jun 28. 2022

꽃다발

생일이 왜 이렇게 자주 오는 거야

 스무 살이 넘어 성년이 되기를 기다릴 그때는 그렇게도 따박따박 더디게 가던 시간이 이제는 한 해가 쏜살같이 지나가 버린다. 나이 들수록 세월은 더 빨리 간다더니 생일은 또 왜 이렇게 빨리 다가오는지 한 해 두 해 생일이 더해질 때마다 인생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겠지. 생각 없이 흘려보낸 시간들이 아쉬워진다. 지구 반대편에서도 “엄마 생일 축하해” 뭐라도 손에 쥐어주고 싶은 그 마음은 꽃으로 피었다. 보고 싶은 얼굴은 스마트 폰 속에서 미소 짓고 그 속에서 흘러나오는 기계음에도 내 마음은 흔들린다.


전에는 정신 건강을 위해 여러 종류의 책이랑 꽃다발로 생일을 기억하더니 이번엔 편하게 걸어 다니라고 운동화랑 꽃다발이다. 해마다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딸의 마음은 환하게 웃는 꽃으로 대신. 그럴 때마다 마음 씀씀이가 고맙고 무슨 복에 꽃다발을 한아름씩 받는지 미안해진다.

              

오빠 초등학교 졸업이 오전 9, 동생 유치원 졸업이 오전 10시로  시간 차이로 같은 날이었그때. 꽃다발을   사느냐  개를 사느냐 고민했다. 한번 쓰고 말걸 꽃다발  개를 산다는  왠지 낭비라고 생각했다. 반짝 떠오른 생각이 꽃다발 하나로 오빠에게 줬다가 사진   찍고  꽃다발 동생에게로 가져가면 되겠다. 그러면 얼마나 경제적이냐 결국 남는  사진이니까! 지혜롭고 현명하다 생각했다.



오빠와 꽃다발!

오빠와 사진   찍고는  꽃다발 다시 들고 바쁘게 동생에게로 달려갔다. 바람처럼 후다닥 지나간 시간, 꽃다발과 함께 사라진 엄마의 뒷모습.   마당에 홀로 남은 오빠의 허전한  마음을 세밀히 기지 못했. 오빠는 서운함을 잊지 않고 오래도록  기억하고 있었다. 훗날 꽃다발도 줬다가 뺏어 갔잖아현명한 절약이라 생각하며 궁상을 떨었다. 미리 상황설명을 잘했더라면 우리 아들이  이해했을 텐데. 세밀한 설명도 없이 어린 마음을 챙기지 못했던 엄마의  실수였다. 오빠에겐 기념사진만 남긴  아니라 어린 마음에 상처도 함께 남겼던 꽃다발 사건이다.


꽃다발 하나도 척척 안겨 주지 못한 엄마에게 때마다 안겨준 꽃다발. 풍성한 꽃다발을 받아  때면 숨은 사연이 삐죽삐죽 기어 나와 마음을 찌른다. 지금도 꽃다발은 일회성이라 생각하고 척척 살 수 없다. 아직도 찌그러진 궁상을 펴지 못해서일까!



아들 딸에게 원하는 대로 해주지도 못하고 아쉬움 많은 어린 시절을 보내게 했지만 그래도 오빠와 동생이 오손도손 건강하게 잘 자랐다. 지혜롭게 자기 앞가림 잘하고 살면서 멀리서도 때마다 잊지 않고 챙기는 딸에게 소음이 잦아든 조용한 밤이면 반짝이는 별빛 아래서 하늘 저 끝을 바라보며 조용히 그리움을 날려 보낸다. '고마워 사랑해’

   

지구 반대편에 있어도 너는 늘 내 마음속에 빛나는 태양. 우리는 같은 해를 바라보며 같은 달빛 아래서 그리운 마음을 달래며 살고 있구나. 언제나 함께 하는 너와 나의 마음속 거리는 몇 m 일까!


작가의 이전글 미역국 한 그릇은 사랑 한 그릇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