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이란 시간이 이렇게 소중할 수가

엄마 만나러 가는 길

by 수국


생활 속에서 지혜롭고 눈치 빠른 행동과 많은 경험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새삼 느끼게 된 날이다.


복잡한 것보다 단순한걸 더 좋아하지만 이젠 계획적으로라도 온몸으로 부딪치며 스스로 할 수 있는 복잡한 경험들을 더 많이 해야 되겠구나 생각한다.


누구에겐 껌 씹기보다 더 쉬운 일이 모르니까 너무 답답하고 당황스럽다.

손 안에서 다 이루어지는 요즘 세상의 편리함을 따라가지 못하면 까막눈이라 답답했던 예전 어머님들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아 아!

오랜만에 기차를 타고 연로하신 어머님을 찾아뵙기로 계획을 세웠다. 주말에 대체공휴일까지 긴 휴일이라 기차표가 매진될까 염려스럽기도 하고 때론 기차를 타고 가다 보면 젊은이들은 지정된 좌석에 앉아가지만 나이 드신 분들이 입석으로 기차 안에서 앉을 곳이 없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볼 때가 있었다.


젊은 자식들은 곁에 없고 어른들은 내 손이 내 딸이라고 내 몸이 가서 표를 구하려 하니 이미 표는 매진되어서 입석으로 가야 하는 현실이 아니었을까


우리도 그렇게 될까 봐 미리 예약해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직접 가서 매표하는 방법밖에는 내 손안에 선 해결할 수가 없었다.


역까지 왔다 갔다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에 아들 찬스를 쓸까 생각 중이었는데 남편과 통화하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예매한 기차표가 코레일 알림 톡으로 전달되어 왔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애로사항이 생겼다.

알아서 척척 행동하는 남편 덕분에 자차로 이동을 하던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그냥 잘 따라만 다니면 되었기에 지금까지 먼저 나서서 해 본일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 이럴 땐 낭패였다. 다 차려진 밥상에 손에 쥐어준 숟가락으로도 잘 찾아 먹을 수 없는 까막눈이 바로 나였다.


어쩌나!

아무리 쉬운 것도 안 해봤으니 알 수가 있어야지 할 수 없이 하루 종일 기다렸다 퇴근하고 돌아온 아들의 힘을 빌려 기차표를 확인하고 몇 호차 몇 번 좌석까지는 다 기억했으면서 타는 곳이 몇 번인지는 별로 중요하게 신경 쓰지 않았나 보다 그것이 이렇게 어려운 난관이 될 줄은 미처 생각도 못했다.

주로 상행선 하행선만 잘 찾아가면 되는 작은 역만 다녀 봐서 별스럽게 생각하지 않았고 시간만 잘 맞춰가면 당연히 잘 찾아 가리라 믿었던 것이다. 한치의 의심도 없이 정말 오랜만에 가게 된 이 역은 타는 곳이 이렇게 여러 곳으로 나누어져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안내판 내용이 똑같은 것이 더 혼란스러웠다


어휴!

무작정 내려간 곳이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서 기차표를 확인하려는데 기차표는 어디로 사라져 버리고 다시 찾아 내려니 앞이 캄캄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다시 올라오면서 급한 나머지 젊은이에게 물어도 잘 모른다고 하고 다시 내려간 곳이 8-9번이었다.


예쁜 여자 역무원에게 물었다.

처음부터 시작하여 기차표를 찾아내었다

“1번 홈입니다.”

“1분 남았어요”

미치고 팔짝 뛸 일이었다.

“1분”이란 말에 ‘고맙다’ 인사할 생각도 못하고 에스컬레이터에서도 사정없이 뛰어올랐고 맨 끝 1번을 찾아 또 있는 힘을 다해 뛰었다. 힐끔 돌아보니 언니와 형부도 바쁘게 따라왔지만 나를 따르지는 못했다.


여기로 오라고 손짓만 하고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또 뛰어 내려가면서 젊은 남자 역무원에게


‘잠깐만요 잠깐만요’

목청 높여 외치며 내려갔다.

뒤돌아 보며 이제 에스컬레이터 시작점에서 급하게 내려오고 있는 두 어른을 보며

‘같이 타야 해요 같이 가야 해요’

애타게 말했다.

“먼저 타세요 태워드릴게요”

얼마나 감사하던지 안도의 숨을 쉴 여가도 없이 헉헉거렸다.


앞이 캄캄했던 1분이란 시간 동안 온몸과 맘을 다해 힘이란 힘은 다 쏟아부었다.

짧지만 엄청난 일을 해낸 1분이었다.

헉헉거리며 숨을 쉬어도 다리는 후들거리고 놀란 가슴은 쿵쿵쿵 계속 뛰었다.

뛰는 가슴 안고 흥분된 마음에

‘6호차예요 6호차예요’

나도 모르게 6호차를 강조했더니 역무원이 “올라가서 자리 찾아가세요” 했다.

그러면 될걸 타는 곳 1번은 인지하지 못했으면서 6호차를 강조하기는 이 멍청이야!

혼자도 아니고 무릎관절 수술까지 한

띠동갑인 언니와 늘 나이 숫자 자랑하며

“할 게 없다 못한다”를 강조하시는 형부를 바쁘게 뛰게 했으니 척척 알아서 편하게 모시지 못한 미안함에 할 말이 없었다.


4호차로 올라가 6호차로 건너갔다. 59, 60번 좌석에 두 분을 모셔놓고 64번 좌석에 혼자 앉아 쿵쾅거리는 마음을 가라 앉히는 동안 두 다리는 쓸데없이 덜덜 떨었다. 온몸의 기가 다 빠진 듯 기진맥진 한 몸을 안정시키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1분의 시간

1분의 초능력

1분의 성과는 엄청났다.

복잡한 것은 싫고 신경 쓰는 게 싫다고 늘 남편의 보호와 동행으로 편하게 다니기만 했던 터라 두 분 어른을 모시고 이동한다면 당연히 내가 신경 써야 된다고 생각하고 미리 준비한다고 한 것이 잘못이었나!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경험 부족에 지혜롭게 행동하지 못하고 눈치 없이 안일하게 생각한 것이 잘못이었다.

편리한 신식을 따라가지 못하면 구식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어쨌거나 눈으로 보고 내 손에 쥐어줘야 믿을 수 있고 야무지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은 그래서 구식을 탈피할 수가 없나 보다.


쿵쾅거리는 마음 가라앉히느라 이렇게 덜컹거리는 64번 좌석에 앉아서 한 편의 경험담을 쓰고 있는 중이다.

기차는 달리고 몸은 덜컹거리고

놀란 가슴은 아직도 떨고 있지만

‘엄마를 만나러 간다’는

지극히 작은 효심이 그래도 통했을까

1분 안에 기차를 타게 되었다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하다.

우리보다 더 먼 거리 더 많은 시간을 달려와 도착역에서 우리를 기다려 준 남편이 이렇게 반갑고 고마울 수가.

급박했던 과정을 우리 서로 말 안 하기로 했으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한 내 입이 비밀의 시간 1분도 지체하지 못하고 옆자리 타자 말자 나불나불 다 까발리고 말았다.


후유!


다 듣고도 할 말이 없었는지 씨~익 웃기만 하던 남편이 이렇게 사랑스러워 보일 수가!

신랑이 이렇게 반갑고 이쁘냐며 얼굴을

만지니 또 한 번 씨~익 미소로 답변.


치열하게 뛰었던 1분을 생각하면 언제

이렇게 열심히 살아온 시간들이 있었던가 싶다.


알고 보면 별일도 아니고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 일도 모르면 어렵기 짝이 없고 콩이야 팥이야 헷갈리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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