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꽃의 중심은 어머니

엄마와 함께 하루

by 수국

백발의 머리를 얌전히 빗어 넘기고 옷매무새 단정히 가다듬고 굽은 허리 펴며 소파에 앉아 우리를 기다리시던 어머니는 사위 둘 딸 둘이 들어서니 환한 웃음으로 맞는다.


봄에는 건강이 좋지 않아 이러다 큰일 당하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큰 사위 큰딸의 발 빠른 대처로 응급처치를 잘했다. 그 후 가까이서 돌봐드리는 큰아들 며느리의 지극정성으로 지금은 건강한 모습으로 회복되셔서 참 감사하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던 큰 오빠와 올케에게 두 분은 세월을 거꾸로 가는지 자꾸만 더 젊어지느냐고 했다. 듣기 싫은 소리는 아니었는지 하하 웃으며 올케 언니는

“머리를 잘라서 그렇겠지.”

그러고 보니 긴 머리에서 단발머리로 바뀌었다.

“오빠는 청바지를 입어서 그래”

“불편해서 앉지도 못하겠다.” 면서도 청바지를 애써 입었다는 그 소리에 모두 다 한바탕 웃었다.


청바지 입은 모습이 처음이라 웬일로 젊어서도 안 입던 청바지를 다 입었냐니까

"아들 청바지 입었지"

새것인데 입지도 않고 버리기도 그렇고 길이 수선해서 입었다는 말에 우리도 마찬가지예요.

아들 옷 받아 입고 그 바람에 아버지들이 더 젊어 보인다고

그러고 보니 나도 이 티셔츠 아들 거야.

“예쁘네”

그 말에 또 한 번 웃는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혼이 다 빠지게 콩을 튀기며 달려왔지만 몇 번 너스레를 떨다 보니 언제 그랬냐는 듯 웃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갓 지은 밥에 지글지글 삼겹살과 목살구이로 점심을 먹었다. 상추쌈을 사서 맛있게 드시는 어머니를 보며 올케가 한 말은

“어머님은 이제 백수 하실 거야”

올케의 예상이 맞아질지 빗나갈지는 누구도 모르지만 어머니의 건강한 모습은 참 보기 좋았다.


추석에 직접 만들었다는 쑥 송편과 모시송편, 커피, 대봉감 홍시와 사과, 야들야들한 쪽파에 생오징어를 곁들인 파전에 막걸리를 쉼 없이 먹었다. 오랜만에 서로 이야기하다 보니 해는 저물었고 어머니를 중심으로 밤 깊도록 이야기꽃을 피우며 그렇게 하룻밤이 흘러갔다. 어머니가 중심이다. 어머니 안 계시면 이렇게 잘 모여 질까 생각하니 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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