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부끄러움 많은 여자예요

엄마 목욕하실래요

by 수국

엄마와 1박을 하고 아침을 먹은 후 ‘엄마 목욕하실래요?’ 사실은 안 하련다 거부해도 어떻게라도 해드리고 갈 생각이었다. 본인의 의사가 중요하니까 먼저 물어본 것이다 “목욕한 지 오래됐다.” 긍정의 의사로 받아들이고. 따뜻한 물을 받으며 ‘지금 목욕합시다.’ 또 한마디 던졌다.


‘사위가 장모님 목욕 한번 시켜 드릴래요?’ “쓸데없는 소리 한다.” 사위 둘은 바깥으로 자리를 피해버린다. 딸 앞에서도 속옷까지 훌훌 벗는다는 건 용납이 안 되는 어른이라 사위들이 있으면 불편할까 봐. 사위들을 자리비키게 할 의도로 한말이다. 속옷까지 벗어도 되는데 아흔이 넘은 연세라도 부끄러움 많은 여자임에 틀림없다.


오랜만에 때도 밀고 씻고 또 씻고 엄마가 만족해할 때까지 등 옆구리 배 겨드랑이 팔다리 엉덩이 발바닥 발가락 사이사이 꼼꼼히 밀어드렸다. 마지막까지 아랫도리는 가리고 싶어 하시니 ‘중요부위는 엄마가 씻으세요.’ 비누칠한 샤워타월을 드리니 손을 내밀며 빙그레 웃는 모습이 편해 보인다.


고된 시집살이에 거친 삶을 살아왔지만 검버섯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과 속살까지 하얗고 고운 피부가 귀하다. 그 연세에 구부러진 뼈대와 주름살은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세월의 흔적이지만 깨끗한 모습이 보기에 좋다.


뜨거운 물을 뒤집어쓰면서도 "아 시원하다." 뜨거운 탕 안에 들어가도 “시원하다.”하시는 어른들의 마음을 알 수 없는 아이들에겐 어른들은 순 거짓말쟁이었다. 오랜만에 때 빼고 땀 흘린 우리 엄마도 따뜻한 물이 온몸을 타고 흐르니 “시원하다. 시원해.” 뜨거워도 시원하다는 그 말의 의미를 이제는 잘 알 수 있다.


엄마의 온몸 속살까지 살피며 마음이 짠하다. 목욕이 다 끝나자 “아 개운하다” 흐뭇해하시는 모습을 보며 진땀 빼며 수고한 것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낀다. 덕분에 뜨거운 물 뒤집어쓰며 땀을 씻고 나니 나도 몸과 마음이 시원하다. 흐르는 물처럼 가는 세월을 잡을 순 없지만 오늘하루도 시간은 잘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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