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에게 돈이란
“어머님은 돈이 뭐 필요하신고”
집안에서만 생활하시는 어머님께 필요한 것 드실 것 알아서 다 해드리는데 돈 쓸 일이 뭐 있을까 싶어 노모의 속 심정을 모르고 누가 한말이었다
너도 내 나이 돼 봐라 돈이 필요 없는지 아직 넌 힘이 있고 나 만큼 안 살아 봐서 모르지 하는 심정으로 94세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은
“어머니는 왜 돈이 필요 없는고”였다.
예전처럼 밖에 나가서 장도 보고 마음대로 돈 쓸 힘은 없지만 그래도 돈이 힘이라는 걸 또 한 번 짐작하게 한 말씀이셨다.
내 주머니에 쓸 돈이 두둑하면 언제든지 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아쉬울 것도 배고플 것도 없지만 내 주머니에 돈 떨어지면 배도 더 고프고 먹고 싶은 것도 더 많고 왜 그런지 그 느낌을 아는 사람이라면 맞아 맞아 고개를 끄떡끄떡 하게 될 것이다.
없던 힘도 생기게 하는 돈의 힘만큼이나 때로는 립서비스 일망정 듣기 좋은 말이 힘이 되기도 하는데 ‘사랑한다’ 그 말은 왜 그렇게도 하기 어려운지 마음에 없는 소리는 잘 못 하는 데다가 특히나 사랑한다는 말은 양심상 함부로 말할 수가 없었다.
누구는 쉽게도 잘하는 "사랑한다"는 그 말을 잘하지도 못하고 부담 없이 받지도 못하는지 사랑받고 사랑한다는 것은 좋으면서도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이 큰 문제다.
자주 찾아뵙지도 못해 죄송스러운데 이럴 때 못하면 '엄마 사랑해요'라는 그 마음을 평생 전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예쁜 봉투를 마련하고 그 속에 용돈을 손쉽게 사용하시라고 만 원짜리로 바꿔 넣고
‘엄마! 사랑해요 건강하세요’라고
큰 글씨로 또박또박 적었다.
얼마 되지는 않지만 통닭 드시고 싶으면 봉투에 든 돈으로 오빠나 언니에게 부탁해서 사 드시라고 했다.
“응 그래” 하시며
“많이도 넣었네” 하시던
어머님의 그 말씀이 더 미안했다.
글로 전하는 데도 사랑이라는 그 말에는 용기가 필요했다. 엄마의 노고를 생각하면 무한 감사하지만 마음대로 흘러 보낼 수 없는 사랑이란 그 말이 뭐길래 왜 그렇게 사랑한다 그 말하기가 그렇게 어려웠을까!
사랑-어떤 상대를 애틋하게 그리워하고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
감사-고마움을 표시하는 인사
사전적 의미로만 봐도 왜 그렇게 사랑이란 말조차도 내뱉기 어렵고 힘들었는지를 알 수 있다. 남들이 알 수 없는 속 마음이 들킨 것 같지만 이제라도 용기 내어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도록 마음밭을 옥토로 가꾸어야 할 것 같다.
세탁기를 막 돌렸는데 “엄마 바지 주머니에 돈 들어 있단다”하는 언니의 다급한 목소리에 깜짝 놀라 세탁기로 달려갔다. 지퍼 달린 주머니 속에 조그만 지갑이 하나 있었고 그 속에 착착 정리된 돈이 들어있었다.
물에 젖지는 않아서 다행이었다.
아마도 엄마 수중에 지닌 현금 전재산이 아닐까 싶었다. 언제 풀어놓을 쌈짓돈인지는 모르지만 엄마의 주머니 속에 꼭꼭 숨어라 하고 있는 쌈짓돈을 위해 사위들도 주머니를 열었고 그 바람에 엄마의 쌈짓돈 지갑은 조금 더 도톰해졌다.
“어머니는 왜 돈이 필요 없는고 “ 그 말씀하시기 전에 집안에서 누웠다 앉았다만 해도 힘이 되는 용돈을 부족함 없도록 넉넉히 드렸으면 좋을 텐데.
'엄마 이제 우리 갔다가 다음에 또 올게요' 했더니 그래도 밝은 목소리로
“응 멀리 못 나간다 잘 가거라” 하시던
엄마의 밝은 모습에 위안을 받으며 문 앞에서 인사를 마치고 우리는 1박 2일 엄마와의 시간을 보내고 어제의 그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연로하신 노모를 혼자 두고 뒷모습을 보이려니 마음이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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