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감도 떨어진다고는 하지만

청춘이라도 예외는 없었다

by 수국

몇 시나 되었을까 잠결에도 자연스럽게 폰을 찾는다. 폰을 든 순간 흐릿한 눈에 들어온 카톡 내용이 이상하다. 이 무슨 말인가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한번 눈을 크게 뜨고 읽어본다. 내용을 꼼꼼히 읽어 본 순간 잠이 확 달아났다.

“00의 장남 며칠 전 장례 치렀다.”는 이야기다. 의외의 비보에 깜짝 놀라 교통사고냐 젊은이가 왜 그렇게 됐냐? 아침에 일어나 보니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는 그 말이 더 황당하다.


죽음이란 누구에게나 다 한 번은 다가오겠지만 그래도 세상에 이런 일이. 그 상황을 생각하니 죽은 자는 말이 없고 당황하며 놀라 팔짝 뛰었을 아이 엄마를 생각하니 생각만 해도 마음이 저리고 아프다.

청춘의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접한 그 부모의 심정은 상상도 하고 싶지 않았다. 더구나 네 살 베기 어린 딸은 영문도 모르고 얼마나 ‘아빠 아빠’를 찾고 부를까. 그럴 때마다 젊은 엄마는 얼마나 애가 탈까 그 생각을 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아직은 홍시처럼 익어 떨어질 때도 아니고 땡감처럼 싱싱한 인생이어야 할 때인데 아쉽다. 갈길이 구만리인 젊은이에게 얼마나 큰 가뭄이 수액을 막았으면 그렇게 시들었을까. 하룻밤 사이에 말도 없이 뚝 떨어져 버렸을까.


날이 새도록 잠을 잘 수 없었다. 잠을 잔다 하더라도 아들 상을 당해 침울한 그 부모를 찾아 조문하는 그런 꿈을 꾸다 보니 하룻밤이 다 지나가 버렸다. 잠을 못 잔 것은 괜찮지만 날이 새도 며칠이 지나도 그 여운이 너무도 오랫동안 내 마음을 눌렀다.


인생 뭐 얼마나 산다고 아웅다웅 거리며 사나 싶다. 내일 내가 숨 쉬고 살아 있다는 보장도 없는데 허무한 생각도 들었다. 오늘 하루 주어진 나의 시간 감사하며 알차게 잘 살아야지. 스스로 달래며 이리저리 멀리 떨어져 열심히 살아가는 가족들의 안부가 궁금했다.


흔히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말하지만 가족 모두의 생존 확인 전화를 하고 싶었다. “밤새 안녕” 이란 말은 연약한 어르신들에게나 적용되는 말이 아니었다.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밤새 안녕을 새삼 느끼며 한 치 앞도 모르면서 뚜벅뚜벅 나아가는 하루의 삶이 기대와 두려움으로 무섭다.


그 아들처럼 밤새 잠자다가 가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 코골이가 심한 남편 때문에 아이와 엄마도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어서 딴 방 거처를 했단다. 아침에 출근하라고 남편을 깨우려 갔더니 남편은 이미 죽어 있었다니. 한방에서 살을 맞대고 잠을 잤더라면 또 어떤 상황이 되었을까! 그 젊은 색시는 별의별 아쉬움으로 마음은 가시밭이었을 것이다. 앞으로도 어린 딸을 데리고 외롭고 쓸쓸하게 험난한 길을 헤치며 살아가야 할 텐데 슬픈 현실이다.


어린 딸과 젊은 엄마, 아들을 가슴에 묻은 그 부모의 속내를 다 알 수는 없지만 생각할수록 안타깝다. 뉴스로 접하게 되는 모르는 사람들의 안타까운 소식에도 마음이 아픈데 아는이의 비보라 마음이 더 아프다.

오는 건 순서가 있어도 가는 것 순서가 없다지만 이렇게 허망한 일을 당하다니. 우리 아들의 친구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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