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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국 Sep 05. 2023

울지 않으면 어른일까

오늘같이 비 오는 날은

 유리창을 세차게 때리는 빗소리에 오늘은 비가 얼마나 오려나 창밖을 내다본다. 아직 어두운 새벽이다. 커다란 가방을 짊어진 한 남자는 검정우산을 쓰고 빠르게 걷는다. 까만 옷에 가방과 우산까지 올블랙이다. 껌정물체가 도로 위에서 움직이는 듯하다. 우산이라도 밝은 색이었으면 잘 보일 텐데.

우산도 없이 둘씩 짝을 지어 도로를 뛰어 건너는 학생  모두 위아래 까만색 유니폼을 입었다. 날씨도 우중충한데 모두가 까만 옷만 입었을까..


“비 오는 날은 밝은 색 옷을 입는다.” 라던 지인의 말이 생각난다. 금방 더러워질 텐데 왜 하필이면 비 오는 날 밝은 색 옷을 입지?  “눈에 잘 띄게 안전을 위해서 밝은 색을 챙겨 입는다.” 라던 그 말은 듣고 보니 일리가 있는 말이다. 운전자들과 나의 안전을 위해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다. 궂은날이나 어두울 때는 밝은 색 옷을 입는 것도 삶의 지혜다.


 어두운 창밖을 보며 청승 떨고 섰다가 습관적으로 폰을 들여다본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카톡창에 세 명의 친구가 업데이트됐다고 뜬 걸 보고 근황도 알 겸 그 속으로 빠져든다. 사진 속에서 당찬 모습을 보이는 친구와 요즘 더 예뻐진 친구는 잘 살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한 친구 사진은 다 예쁜데 눈이 우수에 젖어있다. 그 눈은 뭔가 말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날씨 탓일까. 내 마음이 우울한가. 그 친구의 어린 시절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일까. 쭉쭉쭉 사진을 넘겨보다가 친구의 마음을 말하는듯한 글귀도 눈에 들어온다. 사진이나 글귀들이 ‘나  외로워요. 나 울고 싶어요. 나 좀 받아주세요.’ 그런 말을 하고 있는 듯하여 마음이 짠하다.


친구 사진 중에서

나이만 많다고 어른이    아니다. 어른이란 굴레 속에 살면서도  자란 어른아이가 얼마나 많은데. 특히나 어린 시절 부모의 따뜻한  한마디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 살면서  크게 느낀다. 어른이 되어도 부모의 따뜻한 말이 좋고 부모 그늘을 그리워한다. 엄마가 되어도 엄마가 그립고 엄마의 손길이  필요하다. 그런데  친구는 어린 시절에 엄마가 죽었다.


어릴 때부터 엄마의 정을 모르고 자란 친구가 안쓰럽다. 엄마 없는 하늘아래서도 꿋꿋하게 잘살아 친구도 엄마가 되었다. 인간은 서로 기대고 보듬으며 사랑받고 사랑하고 그러면서 몸과 마음이 성장하는 것이다. 엄마가 되어도 엄마사랑이 필요하고 든든해 보이는 어른도 울고 싶을 때가 있다. 엄마의 정을 모르고 자란 친구의 두 눈이 그런 아쉬움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지만 잘하려고 무척 애쓰며 노력하는 어른도 힘들다. 때로는 ‘잘 못해도 괜찮아.’라고 등 두드리며 위로해 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단단해 보이는 엄마도 아빠도 어른이라도 그럴 때가 있다. 친구야,  너도 그렇지?

                         친구 사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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